“美, 세계 리더십서 발뺄까 우려
이 생각만하면 밤에 잠 못이뤄
정보·정찰 자산 등 다변화해야”

존슨 총리 안보구상과 발맞춰
美英 최고 군사동맹 변화 조짐


영국 국방장관이 “향후 미국 없이 독자적인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미국과 ‘A+급 군사동맹’을 자랑하는 국가의 국방장관 발언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와 일방주의 외교에 ‘최우방’이던 영국이 독자 노선을 선택할 수 있다고 밝힌 셈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12일 자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세계에서의 지도적 역할에서 발을 뺄까 우려되고 이 생각만 하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월리스 장관은 “그렇게 되면 세계와 영국에 좋지 않은 일이 될 것이며 우리는 최악에 대비하면서 최선을 희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 시리아 철군을 결정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라크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미국의 역할을) 떠안고 중동에서 더 많이 기여하라고 한다”면서 향후 분쟁에서 영국이 미국에 덜 의존하게 되는 상황에 대비해 국방정책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2010년에 가정한바, 우리가 언제까지나 미국의 동맹일 것이라는 생각은 앞으로 우리가 당면하게 될 상황이 아니다”라며 “우린 미국의 공군력과 정보·감시·정찰 자산에 매우 의존하고 있는데 (전략) 자산들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리스 장관은 또한 영국이 미국과 대규모 군사작전에서 함께 싸우는 데 대한 국방정책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영국은 역사적으로 미국과 가장 강력한 최고수준의 군사 동맹 관계를 유지해온 국가다. BBC방송과 가디언은 “월리스 장관의 발언은 총선 승리 이후 진용을 새로 갖춘 보리스 존슨 총리의 보수당 내각이 냉전 종식 이후 영국의 안보·국방·외교정책 전반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이미 존슨 총리는 지난해 12월 냉전 종식 이후 영국의 안보·국방·외교정책에 대한 ‘중대한 검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특히 미국이 지난 3일 드론 공격으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하면서 영국과 미국 간의 군사·외교적인 갈등이 본격화됐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분석했다. 미국의 작전에 이란이 미사일 발사로 응수하자 도미닉 라브 영국 외교장관은 “테러리스트들만이 승리자일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고, 총리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화유적을 목표로 삼겠다고 위협한 것을 국제법 위반이자 전쟁범죄가 될 수 있다고 즉각 비난했다. 영국이 5세대(G)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에서 중국 화웨이를 선정할 경우 미국이 영국과의 정보 공유 파트너십을 끊겠다고 위협했던 사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월리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국가안보보좌관, (미국) 국방장관 등이 한결같이 주장했던 이런 내용을 우리가 결정을 내릴 때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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