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前 행정처 차장과 공모
靑에 재판경과 등 유출한 혐의
재판부 “공소사실 인정 어렵다”

양승태 등 관련 재판 영향 주목


일명 ‘사법농단’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해용(54·사법연수원 19기·사진) 전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판사 사건 중 처음 나온 법원의 판단이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8부(부장판사 박남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유 전 수석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유 전 수석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면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다른 연구관들에게 특정한 재판의 경과 등을 파악하는 문건을 작성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사건의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와 판결문 초안 파일과 출력물을 2018년 2월 퇴직하는 과정에서 반환하거나 파기하지 않고 변호사 사건 수임에 활용할 목적으로 유출한 혐의도 받는다. 유 전 수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관심을 두던 ‘비선의료진’ 김영재 원장 부부의 특허소송 진행 상황을 임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날 유 전 수석이 받고 있는 모든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만으로 공소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임 전 차장과 공모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 전 수석에게 적용된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에 대해서도 “법원 재직 당시 가져 나온 파일을 변호사 사무실에 보관했다는 점이 인정되더라도 이를 변호사 업무에 활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개인정보 유출 범의가 있었다거나 직무상 취득한 정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검찰은 “청와대 등 제3자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위법하고 부당한 지시를 했고, 이를 외부에 누설했다”며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유 전 수석에게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오면서 향후 진행될 다른 재판의 향배도 주목된다. 유 전 수석은 양 전 대법원장 등이 기소된 이후 지난해 3월 추가 기소된 전·현직 법관 10명 중 1명이다. 올해 2월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토 다스야 전 산케이(産經)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결심에서 징역 2년을 구형받은 임성근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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