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커지는 ‘물가 괴리’

채소 6.1%↑ · 축산물 1.6%↑
커피·햄버거·라면도 가격인상

소비자물가 역대최저 기록에도
먹거리 등 체감 쉬운 물가 상승
가전가격·교육비 등은 덜 민감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식음료 제품 가격 등이 일제히 오르면서 생활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물가 ‘괴리 현상’이 더욱 커지고 있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먹거리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체감물가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음 주로 다가온 설 장바구니 물가도 뛰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서울 25개 구에서 90개 시장 및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설 제수 25개 품목을 대상으로 구입 비용을 조사한 결과, 올해 구입 비용은 24만9823원으로 지난해보다 1.4% 상승했다. 일반슈퍼가 6.2% 상승한 것을 비롯해 전통시장(2.0%)과 백화점(2.5%), 대형마트(1.9%) 등 대부분 유통채널에서의 구입 비용이 상승했다. 25개 품목 중 17개 품목이 지난해보다 가격이 상승했다. 가격이 내려간 품목은 수산물 등 8개에 불과했다. 채소·임산물이 전년 대비 6.1% 상승했고, 축산물(1.6%), 과일(1.8%), 가공식품(5.6%) 등이 가격 인상을 주도했다.

식음료품 가격도 연초부터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농심이 지난달 ‘둥지냉면’과 ‘생생우동’ 출고가를 각각 12.1%와 9.9% 인상했다. 각각 8년과 3년 만에 가격을 올린 것이다. 롯데리아 햄버거도 지난달 26종의 판매가가 평균 2% 올랐고, 버거킹도 20종의 버거류와 음료 등 총 27종의 제품가를 평균 2.5% 인상했다. 한국코카콜라도 11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5.8% 인상했고, 커피 전문점 엔제리너스도 29종의 판매가를 100∼200원 높였다.

장바구니 체감물가는 그대로 생활물가지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104.40(2015년=100 기준)이었던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12월에는 105.51로 상승했다. 10월에는 105.96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소비자물가는 역대 최저를 기록했는데, 소비자 체감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그 괴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소비자 체감물가는 가격이 오르는 제품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가격 등락을 통계적으로 산출하는 소비자물가와는 격차를 보인다. 여기에 소비자물가에는 냉장고나 자동차, TV 등 생활비에 민감하지 않은 내구성 품목들도 반영되기 때문에 민감도가 덜 하다. 자녀가 있는 가정은 교육비에 지출이 많고, 식료품 등에도 비용이 많이 들지만, 소비자물가에는 총소비 지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대부분 품목이 반영되기 때문에 개별 가정에서 체감하는 정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의 상승과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따른 비용 증가 등으로 전반적인 가격 상승 압력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임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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