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지난해 말 한국교총 등 교육계와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8세 선거법’(공직선거법 개정안) 입법을 강행했다. 이로써 오는 4월 15일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18세 고3 학생 등이 투표에 참여하게 된다.
문제는, 18세 선거법이 단순히 투표 연령만 낮추는 게 아니라, 고3 등 18세 학생들의 선거운동은 물론 정당 가입, 정치 활동까지 허용한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학교와 교실에서 특정 정당, 후보를 지지·반대하는 활동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칫 교실이 진영 대결의 장으로 변질되고, 그 와중에 학습권마저 침해될까 우려가 깊다. 여기에 선거 후보자 등 정치인과 이념 세력까지 학생 유권자를 겨냥해 학교 내 선거, 정치 활동에 가세하면 그 여파는 가늠할 수조차 없다.
또한, 복잡다단한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 정치 활동의 합법·불법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도 혼란스러워 학생들이 선거사범으로 처벌받는 상황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그 혼란과 갈등의 책임에 학교가 휩싸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교총은 국회 앞 등에서 여러 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교실 정치장화(化) 근절과 학생 보호 대책부터 마련한 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선거 연령 하향을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과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선거 유불리만 따져 18세 선거법을 반(反)교육적·반민주적으로 통과시켰다. 그래놓고 이제야 선거운동, 정치 활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학교에 안내하겠다고 하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물을 엎질러 놓고 학교와 교원에게 퍼 담으라는 격이다.
그러나 교실의 선거장화·정치장화를 막고 학생을 보호하려면 가이드라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가이드라인으로 교내 선거운동, 정치 활동을 제한하려 해도 법에 근거 조항이 없으면 구속력과 실효성이 없어서다. 따라서 그 누구라도 학교와 교실에서는 선거운동과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도록 공직선거법, 정당법을 서둘러 개정해야 한다. 학교는 교육기관이며 무엇보다 학생의 학습과 생활을 보호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 후보자가 학교를 찾아 명함을 배부할 수 있고, 현수막을 걸거나 연설이 가능하며, 교내 의정 보고회도 열 수 있다. 지금도 정치인들의 학교 행사 참석 요구가 높은데 앞으로는 압박이 더 커질 것이다. 18세 학생들의 교내 선거운동 제한 내용은 아예 없다. 학교 선거장화와 학습권 침해 갈등이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누구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등 법 개정이 시급하다.
정당법도 개정해야 한다. 현행법은 정당이 인쇄물 등을 통해 교내에서 자당을 홍보하는 행위와 당원 모집 활동을 금지하지 않는다. 18세 학생들의 교내 정당 활동도 제한이 없다. 자칫 학생 대상의 과도한 정당 활동이나 지지 정당이 다른 학생 간 갈등이 벌어질 경우, 학교는 ‘정치 무풍지대’ 아닌 ‘정치 폭풍지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정당 활동을 ‘학교 안’에서는 금지하는 법 개정도 필요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공직선거법 등이 학교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국회가 교내 선거운동을 막는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회는 반드시 총선 전에 교실 선거·정치장화 방지 입법을 하고, 교육 당국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엎질러진 물’은 학교와 교원이 아니라 국회와 교육 당국이 퍼 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