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국회 중앙 분수대 광장에서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운영 계획 등을 밝히고 있다. 공관위원장을 맡은 원 의원은 “확립된 원칙에 따라 공관위를 운영하겠다”며 “253개 지역구 중 200개 가까운 지역구에서 경선이 실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창섭 기자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국회 중앙 분수대 광장에서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운영 계획 등을 밝히고 있다. 공관위원장을 맡은 원 의원은 “확립된 원칙에 따라 공관위를 운영하겠다”며 “253개 지역구 중 200개 가까운 지역구에서 경선이 실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창섭 기자

■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

청년들 정치진입 기회 늘리는 일 중요해
가산점만으론 안돼…다각적 노력 필요
‘물갈이’한다고 국회 좋아지진 않아

선진화법 이어 ‘국회자동화법’ 입법화 통해
상임위·본회의 자동 개최하도록 만들어
싸우더라도 국회 안에서 싸우게 해야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대 국회의원 중에서 손꼽히는 ‘의회주의자’다. 국회가 위상에 맞는 역할을 하는 개헌을 지속적으로 주장했고, 국회의원은 여당이라도 대통령과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소신을 드러내 왔다. 원 의원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누구보다 가까운 정치적 동지였지만, 이른바 ‘친노(친노무현) 핵심’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국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원 의원이 ‘동물국회’ 추방을 위해 2012년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다. 원 의원은 문화일보와의 파워인터뷰에서 “‘국회자동화법’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여야가 국회 의사일정을 합의하느라 일은 하지 않고 싸움만 하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와 본회의 자동 개최를 입법화하겠다는 것이다. 30년 넘게 봐온 ‘동물국회’와 ‘식물국회’ 추방이 그의 마지막 정치 소명이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원 의원은 “이번 선거는 ‘정권 심판론’ 대 ‘야당 심판론’이 강하게 부딪치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민주당이 오만하게 보이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공천에 대해 “불이익도 특혜도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는 사회적으로 큰 갈등을 불러왔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과 관련해 “민정수석이 장관으로 가는 걸 우리가 반대했었기 때문에 더 숙고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원 의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정치를 마감하면서 편하게 지내야 하는데 중책을 맡았다.

“이해찬 대표에게 제안을 받은 것은 오래전이다. 처음에는 이 대표에게 얘기도 꺼내지 말라고 했다. 이 대표가 대책이 없고 맡을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 나중에는 일방적으로 발표해 버린다고 하더라. 떠밀려서 어쩔 수 없이 수용했다.”

―공관위는 어떻게 운영해 나갈 생각인가.

“확립된 룰을 1년 전에 결정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원칙을 세우는 것은 우리의 일이 아니다. 당원 50%, 일반 시민 50%가 참여하는 경선 룰이 결정돼 있고, 이번에 특별히 경선을 공천의 기본 원칙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우리의 취약 지역에 후보가 없거나 한 명밖에 없는 경우, 후보 간 격차가 너무 심해 경선 자체가 의미가 없을 때를 제외하고는 경선을 원칙으로 한다. 과거 총선에서 경선한 지역이 많아도 100개 미만이었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경선 지역이 200개 가까이 갈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공천에서 청와대 출신이 지나치게 많이 나왔다는 지적도 있다.

“경선에 있어 어디 출신이라고 특별히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 되고, 혜택을 받아서도 안 된다. 공정하게 한다는 원칙만 가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들이 경선에 나갈 경우 경력에 문 대통령 이름을 사용하는 문제도 매우 민감하다.

“그건 공관위가 아니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돼 있다. 청와대 비서실 경력을 사용하는 것은 뭐라 할 수 없고 그 앞에 대통령 이름을 쓰느냐가 항상 논란이 돼 왔는데 별도로 꾸려질 선관위에서 결정하게 돼 있다.”

―정치권 세대교체론이 높다. 과거 민주통합당 임시 대표 시절 청년 비례대표 도입을 주도하지 않았나.

“청년들의 진입 기회를 늘리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공관위에서도 청년들에게 가산점을 25%까지 준다. 그런데 세계적인 선수는 100m 달리기를 10초 안팎에 뛰는데, 20초에 뛰는 사람에게 25% 혜택을 줘봐야 경쟁이 안 된다. 잠재력 있는 청년들을 발굴해야 한다. 청년의 정치 참여 문턱을 낮추기 위한 노력은 어느 한 가지만 가지고는 어렵고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물갈이론’과 직접 연결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른바 물갈이율이 총선마다 50% 안팎이었지만 국회가 좋아지지 않았다.”

―이번 민주당의 청년 인재 영입은 어떻게 보고 있나.

“평가가 상당히 좋게 나오는 것 같다.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한다는 것을 인물로 보여줘야 한다. 인재 영입은 끝까지 공을 들여야 한다.”

원 의원은 공천에 관한 거의 모든 질문에 ‘확립된 원칙대로’ 답변했다. 대표적인 게 현역 평가에서 하위 20%에 속한 의원들의 명단 공개 여부다. 이번 민주당 공천에서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는 소재다. 원 의원은 평가 하위 의원 명단 공개 문제 등에 대해 “위원들과 논의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역시 원칙만 밝혔다. 공천 파동 등 경선 잡음만 최소화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민주당이 원 의원에게 공관위원장을 맡긴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원 의원도 민주당의 최대 적은 ‘자만’이라고 했다.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 기업가이기도 했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앞으로 어떤 게 필요한가.

“문 대통령이 지난 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년 합동인사회 방명록에 ‘혁신, 혁신, 혁신 그리고 상생’이라고 적었다. 네 단어 중 세 단어가 혁신이다. 대통령이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건 굉장히 의미가 있다. 우리 사회가 더 이상 혁신해 나가지 못하는 벽에 부딪혀 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규제개혁을 포함한 혁신이 필요하다. 혁신에 대해 정치와 행정이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밤낮 싸움만 하고 있다. 기업의 혁신을 가로막는 문화나 제도, 정책을 과감히 바꿔줘야 한다. 대통령이 우리의 살길로 혁신을 제시한 건 의미가 있는데 말로만 혁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공공부문의 혁신이야말로 우리 사회 전체의 혁신에 큰 물꼬를 트는 일이다. 대통령의 문제의식이 실질적으로 자리를 잡고 확산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20대 국회 마지막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이나 공직선거법 처리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20대 국회 마지막에 가장 안 좋은 모습이 드러나 국회선진화법을 주도한 입장에서 안타깝다. 그러나 궁즉통(窮則通)이라고 했다. 궁즉통은 ‘궁즉변 변즉통(窮則變 變則通)’의 줄임말이다. 궁즉변, 궁해지다 보면 변화를 강요받는다. 변즉통, 변해야 열린다. 막힌 게 뚫리는 거다. 그다음에 통즉구(通則久), 막힌 게 뚫려서 통하면 신질서가 생기는 거다. 국민도 더 이상 싸우기만 하고 일하지 않는 국회에 대해 절망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나는 궁즉통 환경이 지금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뜻을 같이하는 여야 의원들끼리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 제도화하는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

1992년 6월 원혜영(왼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료 초선 의원들과 함께 정치자금 공개 등 깨끗한 정치 선언식을 열었다. 왼쪽부터 이석현 민주당 의원, 원 의원,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박계동·이규택 전 의원, 고 제정구 전 의원, 고 김수환 추기경, 이길재·이부영 전 의원. 원혜영 의원 제공
1992년 6월 원혜영(왼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료 초선 의원들과 함께 정치자금 공개 등 깨끗한 정치 선언식을 열었다. 왼쪽부터 이석현 민주당 의원, 원 의원,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박계동·이규택 전 의원, 고 제정구 전 의원, 고 김수환 추기경, 이길재·이부영 전 의원. 원혜영 의원 제공

“선거법, 호랑이 그리려다 고양이 그린 격… 사회변화 큰 설계도는 개헌”

차기 권력 윤곽 나오기 전이 새 질서 만드는 데 적기
국회서 ‘1년 이내 개헌 합의 뒤 국민투표’ 일정 제시해야

조국사태로 공정에 대한 국민인식 까다롭다는 걸 모두가 배워
靑민정수석서 법무장관으로 이동 좀더 숙고했어야

대통령, 경제활성화·국민통합 위해 丁총리 선택
협치내각은 野에 자리 주는 게 아닌 동반자적 모습 보여줘야


―구체적인 제도화 방법은 무엇인가.

“국회자동화법이라고 내가 명명했다. 국회는 모여서 회의하라고 만들어진 건데, 회의하는 것 자체가 여야 간에 쟁점이 됐다. 열도록 돼 있는 국회는 열고, 그 안에 들어가서 싸우든가 해야 한다. 국회 의사일정을 지키자고 하면 여야 의원들이 다들 공감한다. 그동안 국민에게 절망할 수밖에 없는 국회 모습을 보여준 여야가 같이 반성하고, 일하는 국회, 열려 있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제도 개선, 국회 운영에 대한 개선안을 같이 만들어내는 노력을 끝까지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인사청문회에서 국회선진화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개선 필요성을 느끼나.

“다 논의해야 한다. 20대 국회가 다당제였는데 그럴 때 꼭 60% 가중다수결 제도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가 있다. 한 정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을 때는 다중다수결 제도를 존치하고, 제1당이 절반을 못 넘었을 때는 60% 허들을 유지할 필요가 있냐는 말도 있다. 법안이나 정책 결정이 너무 늦어지는 건 일하는 국회의 소임을 다하는 데 장애가 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선진화법 처벌 조항으로 기소됐는데 처벌 조항이 지나치게 엄격해 다른 법체계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게 사실 비상식적으로 강한 처벌 조항이다. 워낙 여야 의원들이 싸우는 데 이골이 나 있으니까 웬만큼 처벌 조항을 둔다고 해서 그게 지켜지겠냐는 문제의식이었다. 당시 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 의원들이 강하게 주장했다. 그 문제를 개선하려면 지금까지 얘기한 것처럼 국회 운영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처벌 조항만 완화하는 건 국민 동의를 받기 어렵다.”

―결국 제도 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화 문제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여야의 적대적 공존 정치를 끝내지 않으면 제도 개선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말도 있다.

“정치 문화를 바꿔야 하지만, 그것에 대한 최소한의 밑바탕이 되는 게 제도다. 제도 개선부터 지혜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대 국회는 비록 몸싸움을 재현한 국회로 마무리 짓지만, 그런 국회를 21대로 또 넘겨줄 수 없지 않으냐고 호소해 볼 생각이다.”

―20대 국회에서 과반 정당이 없었고 다당제가 되면서 협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야당에서는 문 대통령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많이 한다.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를 낼 수 있는데 문 대통령의 노력에 비해 야당의 제대로 된 호응이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형성된 극도의 적대적 감정도 작용했다고 본다. 그렇지만 좀 더 끈질기게, 적극적이고 다각적인 노력을 정부와 여당이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든다.”

―협치와 관련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개헌이다. 대통령 권한의 분산이 촛불 정신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삼권분립으로 대표되는 견제와 균형 못지않게 빠른 변화에 대응하는 국정 역량을 증대시켜야 하는 과제도 있다. 그런 점에서 국회가 대통령과 정부를 견제하는 것도 기본적으로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협치를 통해 국정 역량을 증대시키는 게 필요하다. 개헌은 결국 권력 구조를 어떻게 협치가 가능한 구조로 만들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면 국무총리 후보자를 국회에서 추천하면 야당도 참여했기 때문에 총리 위상이 바뀌고 정치 구조도 바뀔 수 있다. 선거제도도 지금은 승자 독식 구조다. 승자 독식으로는 국민 통합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민의 선택이 국회 구성에도 반영되는, 소위 비례성을 강화하는 국회로 만들어야 한다. 이번 선거법 개정은 호랑이를 그리다가 고양이를 그린 정도다. 우리 사회를 바람직한 쪽으로 끌어가는 데 있어 역시 큰 설계도는 개헌이라고 본다.”

―21대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불붙을 거라는 예상이 있다. 개헌의 적절한 시기는 언제인가.

“국회에서 개헌에 대한 합의 정도는 아주 높다. 이번 총선에서 개헌에 대한 골격과 ‘1년 이내 개헌을 국회에서 합의해 국민투표에 부친다’는 정도의 일정을 제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차기 권력에 대한 질서나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나기 전이기 때문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데 좋은 환경이다.”

―이번에 전직 국회의장이 국무총리로 가면서 삼권분립 원칙 위반이라는 논란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렇고 정세균 총리도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아무 문제 없다고 본 것은 아니다. 경제 활성화와 국민 통합, 사실 한꺼번에 잡기 어려운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 정 총리를 대통령이 선택했다고 봐야 한다. 국회의장 출신인 정 총리가 모델을 새롭게 만들어내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협치 내각 얘기가 나오는데 야당 인사들의 입각이 필요하다고 보나.

“단순히 한두 자리를 야당에 주는 게 아니라 그것을 통해 정치가 새로운 모습, 동반자적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국회의장의 총리 이동과 비슷한 맥락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 민정수석에서 바로 이동하는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우리가 과거 바람직하지 않은 관례라고 비판했기 때문에 좀 더 숙고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조 전 장관 사태를 보고 느낀 점이 있나.

“대통령도 공정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아주 까다롭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씀하셨다. 어쨌든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가 얻은 교훈이라고 봐야 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에 대해 논란이 컸고, 검찰 인사를 독립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제는 검찰이 절대 권력화됐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정보기관들이 힘이 셌고 권력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이 있었다. 지금은 헌법에 있는 정통 기관인 검찰이 너무 비대해졌다.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따라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을 통해 조정을 해야 한다. 지금도 사단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검찰에 인사권을 주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원 의원의 의정 활동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의원 외교 활동이다. 20대 국회에서도 외교통일위원으로 활동했고, 과거에도 활발한 의원 외교 활동을 했다.

―외통위원을 오래 했는데 최근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어떻게 보고 있나.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한 세계 질서가 있다. 그걸 만들어 온 사람들이 갑자기 돈 많이 주면 주둔하고, 안 주면 안 한다는 건 자기 역할과 위상을 포기한 것으로 비친다. 미국이나 동맹국가에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 무리한 제안이다. 현실적인 수준에서, 상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나 대북 정책 문제를 두고 한·미 간 이견이 표출된 적도 있다. 한·미 동맹의 위기라고 진단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미 동맹이 6·25전쟁 이후 확고한 중심 질서가 됐기 때문에 뿌리가 흔들릴 일은 없다. 어쨌든 한반도 평화 질서를 만드는 일에 우리가 손님이 되거나 뒷북을 치고 갈 수는 없다. 북한 비핵화 문제는 미국에는 세계 정치의 여러 문제 중 하나지만 우리에게는 전부다. 미국에는 백화점의 한 코너의 문제고, 우리에게는 전부이기 때문에 우리가 좀 더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미국과의 긴장이 강화될 수 있다. 우리가 아무 소리도 안 하고, 방위비 5배 내라면 내는 태도는 주체적인 모습이 아니다. 그렇다고 한·미 동맹이 파탄 나고 심각한 타격을 받을 거라는 것은 기우다.”

―남북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면 3년 전 서로가 미사일 쏘고 참수작전 훈련할 때로 돌아가는 거다. 그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지는 않는데 이 문제도 궁즉통의 이치가 작동할 수 있다고 본다. 아침이 되기 직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고, 미국과 북한이 지금 보일 수 있는 패는 다 보였다. 기싸움이 서로에게 더 이상 도움이 안 되는 국면이 오면 타협의 여지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일본 문제는 역대 최악의 한·일 관계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해법이 잘 안 보인다.

“일단 약간의 해빙 기후는 있는 것 같다. 어쨌든 한국 경제도 이만큼 온 게 일본과의 긴밀한 산업 협력이 바탕이 됐다. 잘 조화된 공조체제를 갖추고 있는데 그것을 일본이 흔들었다. 기본적으로 세계 경제 질서는 분담과 협력으로 이뤄지는 건데 일본이 무리한 정책을 폈다. 외교·안보와 경제는 구별돼야 하는데 무리하게 연계시켜 긴장이 조성됐다. 근본적으로는 역사에 대한 상호 이해와 공감이 없는 게 문제다. 일본이 독일처럼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했으면 아시아에서 주도적 국가 위치를 가질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어쨌든 대립 적대적인 역사 인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풀어갈 수밖에 없다.”

인터뷰 = 김병채 정치부 차장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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