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일(1942∼2019)
아버지 잘 지내시죠?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도 어느새 1년이 되어가네요. 그곳은 따뜻한지요. 여기는 한겨울 날씨가 꽤 쌀쌀합니다. 저는 물론 어머니와 혜경이(딸), 며느리 지경이, 손자 종윤이 모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버지, 종윤이는 어제 유치원에서 재롱잔치를 했어요. 소고와 한삼춤을 아주 잘했습니다. 요즘 부쩍 많이 커 또래 친구들보다도 큰 편이에요. 지난해 재롱잔치 때는 아버지도 계셨는데 빈자리를 또 한 번 느꼈습니다. 아버지·어머니께서 종윤이 태어날 때부터 잘 돌봐주셔서 바르게 잘 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지난해 6월 아버지께서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을 때, 저는 치료를 잘 받으시면 나을 줄 알았어요. 아버지께서도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잘 버티신 데다가, 아버지가 워낙 평상시에 건강하셨고 활동도 왕성하셔서 저는 정말 나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항암치료를 시작하고 1년이 채 되지 않아 아버지께서 기력이 많이 떨어지셨어요. 평소처럼 항암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가신 지난해 3월의 어느 날, 그날이 아버지께서 집에 머무르셨던 마지막 날이 됐습니다. 아버지는 병원에 20일 정도 계시다 돌아가셨지요. 참 허망했지만 그래도 그 20일, 아니 그전 1년간의 시간이 있어 이별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버지께서 두고 가신 라디오는 종윤이의 소중한 장난감이 됐습니다. 아버지께서 즐겨 들으셨던 노래도 종윤이 덕분에 식구들 모두 찾아 듣고 있습니다. 종윤이 초등학교 입학하는 건 보고 가야 한다고 하셨던 말씀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종윤이가 할아버지를 아주 잘 기억하고 있으니 너무 아쉬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크리스마스는 아버지가 안 계셔 쓸쓸했어요. 아버지가 계시지 않았지만, 마음속에서는 늘 아버지와 함께였습니다. 그리고 생전에 아버지께 못해 드린 미안함을 제 SNS 메신저(이용일 아들 이광재)에 대신 적어 위안으로 삼습니다. 아버지와 함께한 지난 40년의 세월 참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건강을 제대로 돌봐드리지 못해 너무 죄송합니다. 아버지, 설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마지막 가시는 길에 제가 드린 말씀 기억나시죠? “아버지 다시 만나요.”
아들 이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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