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격추 용의자 체포 … 특별재판부 구성 요청

하메네이도 8년 만에 금요 설교
혁명수비대는 격추 촬영자 체포


이란의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사건 후폭풍 속에서 14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직접 사법부에 ‘특별 재판부(special court) 구성’을 요구하는 등 성난 민심을 달랠 특단의 조치를 고민하고 있다. 이란 사법부는 여객기 격추 후 처음으로 사건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공개하면서 사건 처리에 속도를 냈다.

14일 테헤란 타임스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이번 여객기 격추 사건이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며, 전 세계가 재판을 지켜볼 것”이라면서 “사법부가 고위급 법관이 이끌고 전문가들이 보조하는 특별 재판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정부의 격추 사실 은폐에 항의하는 시위가 나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14일 테헤란대 주변에 정부를 비판하는 대학생 200여 명이 모였으며, 이들과 서방을 비난하는 친정부 성향의 바시즈 민병대도 결집해 두 세력이 충돌했다고 AFP 통신은 보도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정부가 “8일 사건 파악 직후 진상 조사를 지시했으나 시일이 걸렸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최고국가안보회의가 주도해 8일 아침부터 사건 조사를 개시, 10일에야 진상을 정확히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오는 17일 금요기도회에서 설교할 예정으로 알려져 어떤 메시지를 발신할지 주목된다. 하메네이가 금요기도회 설교대에 선 것은 8년 만이다.

같은 날 이란 사법부는 격추 용의자들의 체포 사실을 알렸다. 골람호세인 에스마일리 사법부 대변인은 “군 합동참모본부가 이번 참사를 조사하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며 “사건 조사 과정에서 많은 용의자를 체포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용의자의 수와 신원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객기 격추의 책임자로 지목되고 있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당시 사건 상황을 촬영한 사람을 체포하는 등 엇박자를 보였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IRGC가 민심 수습에 분주한 정부와 다소 배치되는 신호를 보낸 것은 이란 지도부 내 권력 투쟁을 반영한다고 NYT는 분석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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