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새해 카운트다운은 좀 특별하게 기억될 것 같다. 2019년의 마지막 비행을 프랑스 파리에서 보내며 우리 팀원들과 새해의 카운트다운을 함께 맞이한 것이다. 연말연시를 맞은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는 붉은 조명으로 아름답게 장식돼 있었다. 탁 트인 샹젤리제 거리의 끝에는 승리의 상징인 개선문이 있다. 길게 늘어선 가로수들은 붉은 와인 잔을 씌워 놓은 듯 꾸며져 있었는데, 해가 서서히 지며 파랗게 물들어가는 하늘과 보색 대비를 이뤄 파리의 낭만을 한껏 뿜어냈다.

우리는 함께 홍합요리를 먹은 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몸을 녹였다. 파리 시간으로는 이제 막 오후 5시였지만, 휴대전화로 한국 방송을 틀자 제야의 종소리를 울리는 방송이 시작되고 있었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끌면서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펭수’가 보신각 타종행사에 참석한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윽고 카운트다운이 울리고 5, 4, 3, 2, 1 마침내 2020년이 됐다. 12월 31일의 도시에서 먼저 1월 1일,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이 사뭇 흥미로웠고 파리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없이 낭만적으로 여겨졌다.

프랑스를 이끄는 세 가지 표어는 ‘자유, 평등, 우애’라고 한다. 2019년의 마지막과 2020년의 시작을 보낸 파리의 개선문은 ‘우애의 큰 아치’라는 정식 명칭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자유와 평등, 우애라는 가치를 담듯 붉은빛과 하늘의 푸른빛, 하얗게 빛나는 개선문이 상징적으로 시야에 들어왔다. 시간이 더 지나자,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 파리가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길거리의 사람들은 얼어 있는 손을 비비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고 개선문 인근에서는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들렸다.

혼자가 아니어서 더 특별했던 새해맞이. 이 기운이 2020년을 따뜻하게 채워주기를 기대한다. ‘아주 멀리서 지켜보는 이들의 눈에는 이 거리가 작은 별들이 총총 움직이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한 걸음 물러서면 세상은 좀 더 아름답고 여유로워지는 것임을 한 번 더 상기해본다. 낯선 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대한항공 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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