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수 단장은 좀처럼 화를 내거나, 목소리를 키우지 않는다. 항상 납득할 만한 논리로 상대를 설득시키는 이 시대가 원하는 리더상을 보여준다.
■ ‘야알못’도 열광시킨 드라마‘스토브리그’속 백승수 리더십
야구 경력 전혀 없는 주인공 야구단장으로 꼴찌팀 재건 처음엔 코치들 대놓고 무시
툭툭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 직장인에게 통쾌함 심어줘 9회만에 시청률 5.5→15.5%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1973년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의 감독이었던 요기 베라가 내셔널 리그 동부 디비전에서 꼴찌일 때 이를 지적하던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그해 뉴욕 메츠는 동부 디비전 1위로 시즌을 마감한 후 월드시리즈에도 진출했다.
요즘 대중은 ‘한국판 요기 베라’에 푹 빠졌다. SBS 금토극 ‘스토브리그’(극본 이신화)에서 꼴찌 프로야구단 드림즈의 신임 단장으로 부임한 백승수(남궁민 분)가 그 주인공이다. 야구 경력이 전무한 그가 팀을 재건해 나가며 암초에 부딪힐 때마다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는 야구단을 넘어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이의 가슴에 비수처럼 날아와 꽂힌다. 5.5%로 시작한 전국 시청률이 불과 9회 만에 15.5%로 3배가량으로 껑충 뛴 것이 그 방증이다. 이런 인기를 있게 한 ‘명언집’ 대사를 내뱉는 백승수의 리더십을 짚어봤다.
◇“야구를 몰라서 책으로 배우는 게 창피한 게 아니라, 1년이 지나도 야구를 모르는 게 창피한 겁니다.”
씨름단, 핸드볼팀 등의 단장을 거친 백승수는 야구는 문외한이다. 그래서 ‘고인 물’인 드림즈 직원들은 그를 무시한다. 하지만 백승수는 위축되지 않는다. “야구단 잘 모르지만 배워가면서 하겠습니다”라며, 대놓고 자신을 무시하는 코치진에게 “우리 코치님들께서는 야구를 진짜 잘 아시나 봐요? 어떤 책 보면 됩니까?”라고 되묻는다. 잘난 체하지만 정작 꼴찌를 면치 못하는 그들을 향한 일침이었다.
◇“믿음으로 일하는 거 아닙니다. 각자 일을 잘하자는 겁니다.”
모두가 백승수를 손톱 밑 가시처럼 여기지만, 드림즈를 향한 진정한 애정을 가진 이세영(박은빈 분) 운영팀장은 단장을 보필하며 적극적으로 도우려 한다. 하지만 과한 호의와 믿음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진행 중인 상황도 공유가 어려우신가요. 저를 못 믿으세요?”라며 따지는 이세영에게 백승수는 “믿음으로 일하는 거 아니다”고 선을 긋는다. 또한 “도움을 주겠다”는 식의 이야기에는 “누가 누굴 돕습니까? 각자의 자리에서 남들만큼만 해주세요”라고 말한다. ‘오버’하지 않고 적정선을 지키는 것, 모든 회사원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야죠. 안 고치면 다시는 소 못 키웁니다.”
신인 선수 드래프트 과정에서 벌어진 비리를 파헤치려는 백승수에게 이창권 선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체념한다. 그런 그에게 백승수가 던진 이 외침은 우리가 부지불식간 놓치는 인생의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준다. 팀 재건 과정에서 “해왔던 것들을 하면서 안 했던 것들을 할 겁니다”라는 백승수의 다짐 역시 이와 일맥상통한다. 잘하는 것은 계속 잘하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야말로 한발 더 정진하는 지름길이다.
◇“핑계 대기 시작하면 똑같은 상황에서 또 지게 됩니다.”
백승수는 눈여겨보던 외국인 선수를 다른 구단에 뺏긴다. 이에 운영팀 직원들이 동요하며 불만을 토로하자 그는 “핑계 대지 말자”고 넌지시 말한다. 수많은 회사원이 실수 앞에서 ‘왜 그렇게 됐는지’ 구구절절하게 변명하며 빠져나갈 구멍부터 찾는다. 하지만 핑계 대기보다는, 또다시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아보고 누수를 막는 것이 먼저다.
◇“박힌 돌에 이끼가 더 많을 겁니다.”
‘굴러온 돌’인 백승수는 항상 어려운 길을 간다. 드림즈의 스타 선수 출신인 ‘박힌 돌’ 스카우트팀장 고세혁을 솎아 내고, 팀 분위기를 저해하는 4번 타자 임동규를 방출시킨다. 그를 지켜보던 감독이 “임동규도 그렇고, 단장님은 가장 단단하게 박힌 돌만 건드리네요”라고 말하자, 백승수는 “박힌 돌이 이끼가 더 많을 겁니다”라고 답한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는다’라는 속담에서 통상 전자가 악이요, 후자가 선이었다. 하지만 백승수는 이런 편견을 단박에 전복시킨다.
◇“시스템을 바로 세울 겁니다.”
드림즈 고강산 사장이 비리가 적발된 스카우트팀장 고세혁을 두둔하자, 백승수는 “시스템을 바로 세울 겁니다”라고 못 박는다. 조직의 체질 개선은 단순히 인물 몇 명을 교체하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조직을 지탱하는 시스템이 바뀌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일굴 수 있다. 짐 콜린스가 쓴 ‘굿 투 그레이트(Good to Great)’는 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저자는 부재시 회사가 돌아가지 않는 출중한 능력을 가진 리더가 ‘Good’이라면, 자리를 비워도 회사가 원활히 돌아가도록 체계를 만든 리더를 ‘Great’라고 칭한다. 개인의 능력보다는 시스템을 바로 세우는 리더를 더 높게 산 셈이다. 그게 바로 백승수의 리더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