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갯벌포장마차 ‘산낙지 해물칼국수’, 길목 ‘꺼먹지 정식’
왼쪽부터 갯벌포장마차 ‘산낙지 해물칼국수’, 길목 ‘꺼먹지 정식’

■ 당진 안섬포구길 맛집

- 갯벌포장마차 ‘산낙지 칼국수’
깊고 풍부한 육수의 감칠맛
숙성된 시금치 면의 쫄깃함

- 길목 ‘꺼먹지 정식’
들깨찌개·수육·잡채·꼬막 등
찬그릇 하나하나 깊은 맛 뽐내

- 청춘 ‘만두전골’
육즙 가득 만두와 양념장 조화
재료 대부분 직접 재배해 사용


충남 당진시를 처음 방문했던 날은 하루종일 비가 내려 겨울이 깊어짐을 느꼈다. 버스터미널 인근에서 택시 대신 공유 자동차를 빌려 호젓하게 다녀보기로 했다. 하루종일 내렸던 비는 오히려 친구처럼 편했다. 포구에서 바라봤던 바다도 운치 있었고, 겨울비를 맞고 있었던 산자락도 한겨울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연하게 촉촉한 날씨를 즐기는 듯 보였다.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가 감사했던 당진에서 하루, 그리고 반나절을 보냈다.

당진 사람들은 외지인들이 처음 오면 꼭 데리고 가는 식당가가 있다고 한다. 바로 안섬포구길이다. 손님을 대접할 때도 아주 어려운 관계가 아니면 꼭 함께 방문해본다는 안섬포구길로 향했다. 바다와 갯벌이 가까이 있으며 오밀조밀 포장마차 가건물이 모여 있는 이곳은 서민들의 감성이 많이 묻어 있는 곳이다. 내부는 꽤 규모도 크고 여느 식당 시설과 비슷했고 판매하는 음식은 재료의 신선도를 자랑하는 회와 매운탕 그리고 해물칼국수가 주였다. 이 중에서 여느 식당보다 뛰어난 맛을 자랑하는 곳이 있다고 소개받은 ‘갯벌포장마차’를 방문했다. 비 내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하기 좋은 장소였다. 이곳의 대표메뉴 산낙지 해물칼국수를 주문했다. “이제 산낙지를 넣고 끓이시면 됩니다.” 주문을 하니 주인장이 일부 끓여낸 육수 냄비와 별도 그릇에 산낙지를 가지고 왔다.

우렁이박사 ‘박사네 정식’
우렁이박사 ‘박사네 정식’

눈으로 재료를 확인한 결과 육수에는 다시마, 양파, 호박, 북어, 미더덕, 건새우, 바지락 등을 넣었다. 맛을 보니 매우 훌륭했다. 육수의 맛은 깊고 풍부했다. 이런 맛을 만난 지 꽤 오랜만이다. 숙성해서 사용하는 시금치 면 또한 쫄깃함이 매우 좋았다. 무엇보다 초록색 면과 분홍색 낙지로부터 나오는 색감이 시각적인 즐거움을 줬다. 찬은 김치 한 가지뿐이었지만 육수의 간을 조절할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은 간장과 건져낸 해산물을 찍어 먹을 수 있도록 제공된 고추냉이도 간장과 혼합해 제 역할을 했다. 국수 면이 익을 동안 바지락 조갯살과 낙지를 먼저 건져 맛보았다. 바지락 껍데기가 점차 양푼에 풍성하게 쌓일 때쯤 되니 칼국수 면의 맛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적절히 익힌 면과 깊게 우러난 육수를 즐기기에 그때가 딱 좋았다. 혼자 오니 음식량이 너무 많아 모두 다 먹기에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낙지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이 식당에서 혼자 온 사람은 오직 나 하나. 다른 식탁의 손님들이 계속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느긋하게 이른 점심시간을 즐겼다.

다만, 낙지 머리는 끝까지 잘 남겨 두고 가장 나중에 즐기는 것이 좋겠다. 가위질을 일찍 하면 검정 먹물이 가득한 시커먼 육수를 마셔야 한다. 물론 나쁘지 않은 맛이었지만 맑은 육수에 시원한 해산물 칼국수를 기대하고 있다면 낙지 머리 가위질은 참아야 한다.

가을 무청을 소금에 절여 놓았다가 이듬해에 즐겨 먹는 ‘꺼먹지’로 차려낸 향토음식이 있다고 해 ‘길목’이란 식당으로 가기 위해 송산리로 향했다. 늦은 점심때 방문했다. “네, 혼자 왔어요.” 대답하니 주인장은 대답이 없다. 무심히 손을 씻고 다시 자리에 앉으니 꺼먹지 정식이 상에 오르고 있었다. “두 분이 오시면 들깨찌개를 냄비에 드리지만 한 분이라 조그만 뚝배기에 담았어요.” 그러고 나선 준비된 찬을 하나하나 설명해 줬다. “두부는 지금 바로 만들었으니 따뜻할 때 빨리 드세요, 그리고 모자라면 더 달라 하세요.”

청춘 ‘만두전골’
청춘 ‘만두전골’
당연하지만 참 감사했다. 나홀로 여행자들이 환영받는 식당은 이토록 드물기 때문이다. 들깨찌개, 수육, 백김치, 동치미, 잡채, 꼬막, 버섯볶음, 곤약무침, 파래무침, 멸치, 나물 한 가지 등이 찬으로 하얀 분청사기 그릇에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꺼먹지를 넣은 찬은 이 중 들깨찌개, 수육, 잡채라고 설명해 줬다. 걸쭉한 들깨찌개에 넉넉히 넣은 꺼먹지가 들어 있어 고소한 들깨맛과 질감이 살아 있는 꺼먹지의 조화가 좋았다. 매콤한 무말랭이 무침과 함께 꺼먹지가 제공됐던 수육도 3가지 재료 맛의 혼합된 조화가 기대 이상이었다.

이렇듯 꺼먹지라는 확실한 식재료가 이 모두를 별미로 만들었다. 곤약무침과 버섯볶음의 경우 재료를 얇게 편을 떠 볶아내고 무쳐내 색다른 식감까지 줬다. 전체적으로 찬에는 들기름을 많이 썼다. 나중에 추가로 가져다준 돼지감자 볶음은 매실 엑기스로 맛을 냈는데 돼지감자는 당뇨에 좋은 재료기 때문에 단맛도 매실로 냈다고 설명해 줬다. 성의와 노력이 보였다. 모든 음식에 대해 설명을 잘 해주는 길목 식당의 안경미 대표에게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당진에서 15년 이상 쌈밥집을 운영하며 음식 솜씨를 인정받았지만 사업의 성과는 반대였어요. 마지막 몇 년은 너무 부진했지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가족들이 모여 있는 서울로 이주를 생각했을 무렵 농업기술센터의 향토음식 개발사업 지원을 통해 ‘꺼먹지 정식’이 개발되면서 재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지금의 재기를 얼마나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혼자 온 여행객에게 보여준 친절함은 아마 안 대표의 기쁨과 감사의 마음에서 시작된 것임을 느끼게 돼 내 기분도 좋아졌다.

하루종일 내리던 빗줄기가 점차 약해졌지만 ‘아미 미술관’을 방문한 이후 점차 으슬으슬 한기가 느껴져 뭔가 따뜻한 국물이 충전돼야 할 것 같았다. 당진 일대에서 만두전골로 명성을 얻고 있는 ‘청춘’을 방문하기 위해 정미면 회천로로 향했다. 식당의 위치는 당진 도심에서 멀지 않았으나 시골길과 좁은 길을 굽이굽이 지나 매우 변화무쌍하게 다양한 도로를 접하게 되니 내비게이션 안내를 살짝 의심할 정도였다.

도착 안내와 식당 간판이 반가웠던 ‘청춘’은 큰길에서 산 방향으로 조금 들어간 곳에 위치해 있었다. 한적한 곳의 가정집을 개조한 주방 넓은 식당이었다. 이곳의 대표메뉴 만두전골을 주문했다. “황해도가 고향이신 부모님이 귀농하기 10년 전까지 서울 인사동에서 만두전문식당을 오래 운영하셨습니다. 장도 직접 담그시고 고추, 단호박, 배추, 파 등 대부분 이곳에서 농사지은 재료로 만들고 있어요.” 김현기 대표가 설명했다. 만두전골의 육수는 소고기 양지와 갈빗살로 우려낸다고 했다. 여기에 육수에 넣을 양념장이 제공되는데 순한 맛과 매운맛 두 가지 양념장이 함께 나왔다.

김 대표는 “얼큰한 것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분들에게도 매운맛을 권한다. 훨씬 더 맛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사업한 경험에서 나온 자신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장사할 때도 매운맛이 훨씬 인기 있었고 현재도 손님들이 매운맛을 더 좋아합니다.” 그러나 나는 우선 순한 양념장으로 결정했다. 푸짐하게 제공된 채소와 만두, 육수가 모두 다 끓을 무렵 양념장과 마늘을 넣어 한소끔 끓여냈다. 양념장의 맛과 풍미가 만두와 어우러져 전혀 맵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순한 양념장이 이 정도의 느낌이라면 매운 양념장도 도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매운 양념장을 조금 더 넣어봤다. 다시 한소끔 끓여냈다. 육즙 가득한 만두와 양념장의 조화는 만두전골의 풍미를 더 상승시켰다. 김 대표가 매운 양념장을 적극 권유한 이유를 충분히 이해하게 됐다. 냉장고에 만두를 만들어 차곡차곡 가지런히 보관해 놓은 모습을 보며 솜씨 좋은 이곳에 믿음이 갔다.

간척지 쌀로 유명한 당진에서 3대를 이어 85년 넘게 막걸리를 만들고 있는 ‘신평양조장’을 방문했다. 이곳의 막걸리는 지역의 간척지 쌀을 이용하고, 수덕사 흰 연꽃의 생잎을 발효한 이후 건조시켜 넣는다. 양조장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념관을 방문하면 막걸리 제조에 필요한 다양한 기물 등이 전시돼 있고 15명 이상의 단체라면 예약을 통해 막걸리를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 4가지 막걸리 제품의 시음이 가능하고 시중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신평양조장을 둘러본 후 인근 ‘우렁이 박사’라는 곳에서 ‘우렁 쌈밥’을 즐길 것을 추천한다. 양조장 방문과 더불어 ‘발효’라는 통일감 있는 우리 음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메뉴는 간단하다. 된장찌개와 우렁 쌈장이 제공되는데 쌈장은 짜고 매운 정도에 따라 3가지가 있다. 맛이 순한 기본 ‘우렁 쌈장’은 으깬 두부와 혼합해 콩 맛을 느낄 수 있고 담백하다. 가장 짜고 매운 ‘덕장’은 맛은 강하지만 쌈으로 즐기기에 가장 개성 있는 맛이었다. 중간 정도의 맛이 ‘담북 찜장’이다. 찜장과 덕장은 일단 상에 오르면 계속 끓고 있기 때문에 타지 않게 잘 저어줘야 한다. 곁들여 찬으로 매콤한 우렁 무침과 마늘장아찌, 나물, 무김치와 멸치가 함께 나왔다. 쌈장이 주인공인 음식이라 쌈 채소 종류가 한 가지뿐이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발효된 장과 짜고 매콤한 정도에 따라 구성된 각 양념장 종류의 맛은 훌륭했다.

강태안 미식여행가


■ 미식가이드

낙지, 주꾸미 등을 넣은 해물칼국수가 유명한 ‘갯벌포장마차’(041-356-2540)는 당진시 송악읍 안섬포구길 64번지에 위치해 있다. 해물칼국수는 2인 기준으로 판매하며(1인분 7000원), 여기에 산낙지, 주꾸미 등을 선택해 넣어 즐길 수 있다. 요즘 시세로 ‘산낙지 칼국수’ 2인 기준 2만2000원, ‘주꾸미 칼국수’는 2인 기준 3만4000원. 여름에는 ‘돌문어 칼국수’도 인기다. 안섬포구 포장마차 길은 매월 둘째, 넷째 화요일 휴무다.

만두전골로 유명한 ‘청춘’(041-353-6766)은 정미면 회천로 780-11에 위치해 있다. 만두전골 대 3만8000원, 소 2만4000원. 매콤한 양념장을 추천한다. 영업시간은 오후 9시 30분까지다. 일요일 휴무.

무청 ‘꺼먹지’가 들어간 음식으로 유명한 ‘길목’(041-363-5505)은 우강면 덕평로 616에 위치해 있다. ‘꺼먹지 정식’ 1만5000원, ‘두렁콩 밥상’ 1만 원, ‘쌈밥’ 8000원.

연잎을 첨가한 막걸리가 유명한 ‘신평양조장’(041-362-6080)은 신평면 신평로 813에 위치해 있다. 4가지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백련 생막걸리 스노우 750㎖ 1200원, 백련 생막걸리 미스티 500㎖ 3500원, 백련 살균막걸리 미스티 375㎖ 2800원, 백련 맑은술 375㎖ 7500원. 보존기간 및 냉장보관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우렁 쌈밥으로 유명한 ‘우렁이박사’(041-362-9554)는 신평면 샛터로 7-1에 위치해 있다. 박사네 정식 1만2000원이며 찜장이 빠진 2인상 2만 원, 모두 포함된 3인상 2만8000원과 4인상은 4만 원이다.

본문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신평양조장 인근 ‘해동장’(041-362-6230)도 추천한다. 신평면 금천리 345-22, 양조장과 같은 길에 위치해 있으며 청국장, 김치찌개, 우거지찌개, 비지찌개 모두 7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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