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은밀하게 英·佛·獨 협박”
워싱턴포스트 의혹 보도에
“그런 위협·표현 있다” 인정

이란 “기회주의 국가” 비난
로하니 “核합의 철회 안해”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유럽 서명국인 영국·프랑스·독일이 이란에 합의사항 위반을 공개 경고하기 전에 미국으로부터 관세 압박을 받았다는 의혹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 국가나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협상에서 관세 협박을 한 사례는 있었으나 외교정책의 비협조를 이유로 협박한 사례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16일 AFP통신에 따르면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독일 국방장관은 ‘미국이 유럽을 상대로 대이란 정책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유럽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는 보도에 대해 “그런 위협과 표현이 있다”고 인정했다. 전날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독일과 프랑스, 영국이 지난 14일 이란이 핵합의를 위반했다고 문제 삼기 일주일 전, 트럼프 행정부가 은밀하게 협박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3국이 핵합의 이행과 관련한 이란의 행동에 책임을 물으며 분쟁조정 절차를 시작하지 않으면 유럽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는 내용이다. 이들 국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5월 핵합의를 탈퇴한 이후에도 여전히 핵합의가 유효하다며 미국이 복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이들 3국은 이란이 지난 5일 핵프로그램 동결·제한 규정을 더는 지키지 않겠다며 사실상 탈퇴 의사를 밝히자 합의 위반을 비판하며 공식적으로 분쟁조정 절차에 착수했다. 분쟁조정 절차 착수는 이란의 핵합의 위반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는 조치다. 분쟁조정 논의 결과에 따라 핵합의 의무 이행을 조건으로 철회됐던 유엔의 대이란 제재가 부활할 수도 있다. 한 유럽 관리는 관세 부과 위협을 통해 유럽의 외교정책을 강제하려는 이러한 미국의 시도는 오랜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태도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또 “미·유럽 관계에 비정상적인 소동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트위터에 관련 기사를 올리며 “유럽 3개국이 관세를 피하려고 핵합의에서 남은 부분을 모두 팔았다”며 유럽 국가들의 ‘기회주의적’인 속성을 비난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우리는 핵합의를 체결하기 전보다 많은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다”며 “이란에 대한 압박이 커졌지만 우리는 계속 나아간다”고 말했다. 다만 로하니 대통령은 핵합의 전면 철회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면(핵합의를 전면 철회하면) 우리는 다시 문제들을 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dpa통신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여객기 피격 사건으로 자국민들이 희생된 캐나다와 영국, 아프가니스탄, 스웨덴,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이날 런던에서 회동을 가진 직후 “이란은 철저하고 독립적이며 투명한 국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하며 이란을 압박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란이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보상을 포함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오전 이란 테헤란 부근 상공에서 우크라이나항공 소속 PS752편 여객기가 이란군의 격추로 추락해 탑승자 176명 전원이 숨졌다.

박준우·인지현 기자
박준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