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 검찰 개혁 열차가 교통신호까지 무시하며 달려가고 있다. 식물·동물 국회 파동까지 겪으며 통과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에 이어, 검찰 특수부 축소, 검사장급 인사 파동도 넘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도 국회를 통과했고, 이제 부장검사급 이하 인사 차례다.
검찰은 그동안 과도한 권력을 휘둘렀던 게 사실이다. 검찰 권력 혼자만 책임질 일은 아니고, 정치권력과의 합작품이다. 그래서 개혁의 모습은 검찰 권력의 견제와 정치적 중립성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검찰 특수부 축소에 이은 공수처 설치는 정치검찰의 문제점을 되레 확대시켰다. 민간으로부터 정치적으로 수혈되고 일정한 임기제로 임명되는 공수처 검사들이 직업공무원 검사들보다 정치 성향이 더하면 더했지 못할 리는 없다. 권력형 비리를 수사 중인 검사들을 부임한 지 6개월도 안 돼 교체하는 인사를 수사 대상인 청와대가 단행할 때는 더 말 잘 듣는 후임자들을 앉힐 가능성이 커진다.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를 임명토록 한 검찰청법 규정은 장관 “명을 거역”한 총장의 행위를 핑계로 사문화시켰다. 검사에 대한 인사 제청권자인 장관이 대강의 인사 계획안이라도 총장 측에 송부한 뒤 총장의 의견을 구하는 게 맞는다. 하루 전에 무작정 의견을 내라는 통지만 받고 버티다가 ‘명을 거역한 죄’를 지은 총장에 대한 책임 문제도 별도다. 하루 동안 버틴 것이 “의견 없음”이란 의견을 낸 것도 아닌데, 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장관이 검사장급 인사를 제청한 것은 인사 자체의 불법성 문제를 야기한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과 대검 정책단장 출신 검사가 사퇴하면서 양심 발언을 한 취지도 똑같다. 검찰 개혁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검찰 수사가 청와대를 향하자, 검찰총장의 수족을 잘라버리는 식의 허위 개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중앙지검 부장검사들이 단합해, 중앙지검 조직을 대폭 축소하는 직제개편안에 “전부 반대” 의견을 법무부에 제출한 것도, 수사 방해와 보복성 인사의 실질을 검찰 개혁으로 포장해 밀어붙이고 있는 무리한 상황에 대한 반증이다.
부장검사급 이하 인사도 뻔할 것 같다. 조국 관련 수사는 먼지털기 식 수사의 문제가 있었다손 치더라도, 울산시장선거 개입과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수사의 담당 검사들까지 동반 교체되게 생겼다. 개별적인 사건에 대해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게 돼 있는 게 법인데, 수사를 진행하는 실무 검사들을 조기에 교체해 버리는 것은 탈법적 수사 지휘에 해당할 수 있다. 선출된 권력이라면서 자신에 대한 민주적 통제 장치인 헌법과 법률을 무시한 채 준사법기관을 자신의 의지대로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조치도 앞뒤가 안 맞는다. 검찰 특수부를 대폭 줄일 때는 그 인력과 에너지를 형사·공판부로 돌려 민생 부분을 강화하겠다는 논리로 합리화했다.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종결권까지 부여하게 되면, 검찰 형사부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 그러면 특수부에서 형사부로 넘어간 인력들더러 경찰로 이직이라도 하라는 말인가. 경찰에 부여된 수사종결권은 검찰이 재수사 요청을 통해 견제할 수 있다는 논리도 별 볼일 없다. 경찰이 형식적으로 재수사해서 또 자체 종결해 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도 생선을 잘 되돌려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국민이 피해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