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루안다리크스’ 문서 분석
앙골라 정부의 특혜 내용 폭로
국제투명성기구도 “한 가족이
산업·정치 모두 장악해” 비판
이사벨 “전혀 근거 없다” 반박


포브스 추정 22억 달러(약 2조5500억 원) 규모의 천문학적 재산을 보유한 아프리카 최고 여성 부호이자 앙골라 전직 대통령의 딸인 이사벨 두스 산투스(46·사진)가 재산 축적 과정에서 아버지가 대통령으로 있는 앙골라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은 사실을 폭로하는 문서가 공개됐다.

19일 가디언, BBC 등에 따르면 아프리카 남서부 앙골라를 38년간 통치했던 조제 에두아르두 두스 산투스(77) 전 대통령의 딸인 이사벨이 지위를 남용해 토지, 석유, 다이아몬드, 통신 부문의 사업에서 막대한 부를 쌓았다는 이른바 ‘루안다리크스’ 문서가 공개됐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71만여 건의 관련 문서를 입수·분석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ICIJ에 따르면 이사벨과 남편 신디카 도콜로는 현재 7억5000만 유로(9655억 원) 상당의 포르투갈 에너지기업 갈프 지분을 2006년 국영석유기업 소난골로부터 사들이면서 액면가의 15%만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소난골의 저리 대출을 받아 6300만 유로(약 811억 원)를 지급한 뒤 11년째 상환하지 않은 상태다. 이사벨이 소난골 대표로 재직하다 해고된 날 그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부를 둔 컨설턴트회사에 5800만 달러(673억 원)를 지급하도록 승인한 내용도 확인됐다. 해당 회사는 이사벨의 경영관리자가 운영하고 그의 친구가 소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루안다리크스는 “대부분 역외에 있는 400여 개 회사에 이사벨 부부와 관련이 있는 불투명한 연결망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반면 이사벨 부부의 부가 증가할수록 이들과 거래하던 은행들의 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부패 위험을 꺼린 은행이 이들과 관계를 끊었다는 설명이다. 국제투명성기구 관계자는 루안다리크스 내용을 검토한 후 “(부가) 탈취된 국가에서 나타나는 전형적 증상”이라며 “뚜렷한 권력분립 없이 한 가족이 산업과 정치를 모두 장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사벨 부부는 포르투갈 리스본과 영국 런던, 모나코 몬테카를로에도 여러 채의 저택을 소유하고 있다. 남편 도콜로의 취미는 스포츠카 수집으로 알려졌다. SNS에 호화 요트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도콜로가 소유한 재단은 아프리카 미술품을 최대 규모로 수집한 것으로 유명하다. 해당 재단은 앤디 워홀과 장 미셸 바스키아의 작품도 소장하고 있다. 두스 산투스 전 대통령이 건강을 이유로 2017년 권좌에서 내려오면서 이사벨은 현재 앙골라에서 부패 혐의로 당국의 형사 조사를 받고 있다. 앙골라 법원은 지난달 두스 산투스 일가가 국가재산 20억 달러(2조3200억 원) 이상을 횡령했다는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그의 은행계좌에 대해 동결 명령을 내렸다. 앙골라 법무장관은 이들 부부가 공적으로 소유한 석유, 다이아몬드 기업의 거래가 국가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며 10억 달러가 환수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사벨은 쏟아지는 의혹에 대해 BBC와 인터뷰에서 “전혀 근거가 없으며 현 정부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두스 산투스 전 대통령의 초장기 집권으로 앙골라에서 ‘공주’로 불리는 이사벨은 2022년 대선 출마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사벨은 오는 21일 개막하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 예정이었으나 논란이 일자 주최 측이 참가자 목록에서 삭제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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