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열음은 “2020 대관령겨울음악제 주제 중 하나인 ‘그 사이에 어딘가에…’는 창조의 과정을 표현한 것”이라며 “정통과 혁신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지만, 그사이에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c) An, Woong Chul
손열음은 “2020 대관령겨울음악제 주제 중 하나인 ‘그 사이에 어딘가에…’는 창조의 과정을 표현한 것”이라며 “정통과 혁신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지만, 그사이에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c) An, Woong Chul
2020 대관령겨울음악제 이끄는 손열음 예술감독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듀오에
손 감독·北 출신 김철웅 협연

세계적 뮤지션, 장르 경계 넘어
안무가 협업 ‘겨울나그네’까지
베토벤 250주년 기념 공연도

세계 돌며 4·5월엔 한국 투어
“힘 부치지만 도움 많이 받아”


피아니스트 손열음(34)은 지금 벨기에 도시들을 돌며 연주하고 있다. 겐트, 외펜, 브루게, 안트베르펜…. “플랜더스심포니와 함께 해요. ‘플랜더스의 개’에 나오는 그 플랜더스 ….” 그는 풀썩 웃음을 터트렸다. 이야기를 하다가 동화가 연상됐던 모양이다.

현재 독일 하노버에 사는 손열음은 지난 13일 서울에서 ‘2020 대관령겨울음악제’ 기자간담회를 했다. 음악제 예술감독으로 프로그램을 설명한 후 15일 출국해 벨기에 연주 투어를 하고 있다. 간담회에서 못다 한 질문을 서면으로 했더니 그는 답을 녹음해 보내왔다. 녹음 파일 속에서 특유의 밝은 음색이 와르르~ 쏟아졌다.

우선, 2020 대관령겨울음악제의 ‘피스풀 뉴스(Peaceful NEWS)’ 팀 연주자들이 언제 리허설을 하느냐에 대한 답. “제가 2월 20일 귀국하는데요, 바로 리허설을 한 다음에 21(철원), 22(고성), 23일(강릉) 연주를 해요. 비샤라, 야론과는 연주를 한 적 있는데, 김철웅 선생님과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손열음은 이번 음악제에 연주자로도 출연한다. 이스라엘 출신 야론 콜버그, 팔레스타인의 비샤라 하로니, 북한 출신 김철웅 등 동료 피아니스트들과 함께 ‘피스풀 뉴스’ 프로그램을 꾸민다. 여기서 뉴스(NEWS)는 북쪽(North), 동쪽(East), 서쪽(West), 남쪽(South) 등 각 연주자 출신 지역의 방향을 가리키는 영어단어 앞글자를 따 조합한 것이다.

손열음은 비샤라, 야론과 하노버 음대 동문이어서 평소 친하게 지내왔다고 했다. 비샤라와 야론은 모국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적국임에도 듀오 ‘아말’을 결성해 평화를 지향하는 선율을 세계 각국에 전해왔다. 아말이 지난 2012년 한국에서 공연할 때 손열음을 만나 농담처럼 셋이 북한에서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사실 북한에 가기 힘드니까 북한 피아니스트를 데려와 공연할 수 없을까 하다가 우연히 김철웅 선생님이 떠올라서 제안을 드렸더니 흔쾌히 수락해주셨어요.”

네 사람은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 등을 함께 연주하고, 듀오 선율을 들려주거나 독주도 한다. 손열음과 김철웅은 두 사람이 함께 좋아하는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1, 5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강원문화재단(대표이사 김필국)이 주최하는 대관령겨울음악제는 올해 5회째를 맞는다. 평창 동계 올림픽 2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올림픽 개막식이 열렸던 2월 9일부터 폐막일이었던 25일까지 강원 전역에서 열린다. 8번의 프로그램으로 18번 공연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는 역시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그램에 힘을 줬다. 미카엘 오브러츠키(바이올린), 그리고리 알럼얀(첼로)과 한국의 피아니스트 이진상이 합을 맞추는 ‘베토벤 트리온 본’의 첫 내한공연이 관심을 끈다. 클래식 피아니스트인 시몬 트릅체스키가 마케도니아 민속 음악을 들려주는 ‘마케도니시모’도 기대를 모은다. 한국계 네덜란드인 하피스트 라비니아 마이어, 첼리스트 제프리 지글러의 듀오 무대와 관련, 손열음은 “저도 보고 싶은 공연”이라고 했다. ‘컬러스 오브 인벤션’ ‘마코토 오조네 퀸텟’ ‘LP 듀오’ 등도 장르 경계를 넘어서는 음악의 풍성함을 전해주기 위한 것이다. 작년에 안무가 김설진 등과 협업해 선보인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올해 평창동계올림픽의 안무감독 차진엽이 가세한다. 앞으로도 계속 다른 방식으로 선보이며 음악제 대표 공연으로 만들고 싶다는 게 손열음의 포부다.

그는 2018년 3월 평창 대관령음악제의 3대 예술감독으로 취임, 그해 여름 제15회 평창 대관령음악제와 작년 2월 2019 대관령 겨울음악제, 여름 제16회 평창 대관령음악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작년엔 여름, 겨울 축제 이외에 지역민을 찾아가는 연중 프로그램 ‘강원의 사계’를 진행했고, 올해도 지속할 예정이다.

연주자로서 세계 투어를 진행하며, 국내에서 대규모 음악제를 연중 펼칠 수 있는 에너지는 어디서 나올까. “힘에 많이 부치는데요(웃음), 음악제 운영실 직원분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또 많은 분이 정신적으로 지원해주시니까 그 덕분에 버틸 수 있어요.”

그는 한국에 분기별로 1번 정도 오는데 2주 이상 머무른 적은 없다고 했다. 하노버 집에는 1개월에 1번 정도 가서 3∼4일 지낸단다. 대부분 시간은 ‘길 위의 연주자’로 지내는 셈이다.

오는 2월에 아이슬란드와 영국, 3월엔 독일 투어 일정이 잡혀 있다. “카타르 연주도 있는데, 가 본 적이 없는 나라여서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웃음). 4, 5월엔 한국에서 투어 연주를 하는데, 오랜만이라서 설렙니다. 상반기 중 가장 기다려지는 연주예요.”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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