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1면‘공정경제 관련 3개 법안 시행령 개정’ 국무회의 의결

상장회사 사외이사 임기제한
“해외서도 전례없는 과잉규제”

기관투자가의 경영개입 확대
“투기자본의 공격 도와주는꼴”

국민연금 수탁委에 민간 6명
“노동계 등 영향력 더 커질 것”


4·15 총선을 앞두고 기업 경영권에 대한 정부의 ‘위협 수위’가 한층 노골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2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상법·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재계와 경제전문가 사이에서는 “과잉 규제로 기업 경영권을 뿌리부터 흔드는 ‘개악’”이라며 “총선과 기업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반(反)기업 정책을 쏟아냄으로써 ‘편 가르기’ 전략을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경제계에 따르면, 개정된 상법 시행령에서 상장회사 사외이사 임기를 최대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한 것은 해외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든 과잉 규제로 꼽힌다.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59개 대기업집단 26개 상장사의 사외이사 853명을 대상으로 재임 기간을 분석한 결과, 시행령 개정에 따라 올해 주총에서 물러나야 하는 사외이사는 76명에 달했다. 결과적으로 기업 인사권 통제이자,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위반 소지도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 임원 후보자의 체납 사실, 부실기업 임원 재직 여부 등까지 공고하도록 한 것도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낳고 있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초빙교수(전 고려대 총장)는 “기존 사외이사 제도에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기업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기관투자가의 경영 개입 여지를 대폭 확대했다. 이전에는 5% 이상 대량보유 주주가 회사나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상법상 주주권(해임청구권 등)을 행사하려면 주식 보유목적을 ‘경영권 영향 목적’으로 변경하고, 5일 이내에 상세히 보고해야 했다. 하지만 개정 시행령은 배당 관련 주주활동, 공적연기금 등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추진, 임원 해임청구권 행사 등을 ‘경영권 영향 목적’ 행위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일반투자자는 10일 이내, 공적연기금은 월별 약식 보고만 하면 된다. 심지어 공적연기금의 경우엔 경영권 영향 목적에 해당하더라도 약식 보고로 갈음할 수 있게 바뀌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기업의 경영 방어권을 무력화하고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을 쉽게 해 주는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파급력이 막대한 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국회를 우회해 시행령 개정으로 밀어붙인 정부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헌법 126조를 보면 ‘국방상 또는 국민 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해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의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고 돼 있다”며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법률 개정으로만 가능한데, 정부가 위헌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개정 국민연금법 시행령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 총 9명 중 민간 전문가를 6명까지 두도록 했다. 노동계, 시민단체 등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김성훈·이해완·이승주 기자 tarant@munhwa.com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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