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法治) 수호의 최일선 공권력인 경찰이 공공연하게 위법(違法)을 자행하고, 이를 덮기 위해 또 다른 위법도 서슴지 않은 ‘중첩 불법’ 혐의까지 받기에 이르렀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실은 20일 “경찰청이 최근 수집한 ‘검사 세평(世評)’ 자료를 파기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권력 수사를 방해하는 ‘보복 대학살’ 비판을 자초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8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앞서 경찰이 수집해 청와대에 보고했던 검사 150여 명 ‘검증 자료’ 전체를 없앴다는 것으로, ‘권력의 충견(忠犬)’을 자처하는 행태다.

“피고발인 측이 대놓고 증거인멸을 자인(自認)한 것”이라는 한국당의 지적대로 범죄 혐의의 물증일 수 있는 서류의 고의 파기는 그 자체도 위법이다. 정보경찰의 업무를 ‘치안정보 수집·작성·배포’에 한정한 경찰법 규정을 넘어, 전국 정보경찰을 사실상 총동원해 검찰 인사용 세평을 수집한 것도 물론 위법 혐의가 뚜렷하다. 일각에선 ‘세평 수집 빙자 사찰’이라고도 의심한다. 이를 요청·지시한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민갑룡 경찰청장, 진교훈 경찰청 정보국장 등을 검찰이 한국당 고발에 따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나선 이유다.

경찰청은 “당사자 동의를 받았다”고 둘러대지만, 법무부에 제출한 검사들의 동의서를 경찰청에 낸 것으로 둔갑시키는 식도 위법 혐의를 더 키울 뿐이다. 검찰은 ‘검사 세평’ 수집의 지시·실행뿐 아니라 증거인멸 혐의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공권력이 ‘법치 불감증’이어선 문명국일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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