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의 세미나 제목에 ‘공주’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가 거센 비난에 직면했던 마르타 루이세 전 노르웨이 공주(왼쪽 사진). 오른쪽은 네덜란드 국왕 즉위 후에도 파트타임 부조종사 활동을 하고 있는 빌럼 알렉산더르(사진 오른쪽)의 모습. 루이세 인스타그램 캡처·EPA 연합뉴스
남자친구와의 세미나 제목에 ‘공주’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가 거센 비난에 직면했던 마르타 루이세 전 노르웨이 공주(왼쪽 사진). 오른쪽은 네덜란드 국왕 즉위 후에도 파트타임 부조종사 활동을 하고 있는 빌럼 알렉산더르(사진 오른쪽)의 모습. 루이세 인스타그램 캡처·EPA 연합뉴스
- ‘로열’ 내려놓은 유럽 왕족들

왕족자격 포기한 노르웨이 공주
사업하며 ‘공주’ 직함 쓰다 비난

스페인 공주 남편 횡령사건연루
결국 왕실 작위 박탈당하기도


영국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처럼 유럽 내 많은 왕족은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왕족 지위를 포기한 바 있다.

BBC방송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의 딸 마델레이네 공주의 남편 크리스토퍼 오닐은 결혼 때 부여되는 왕족 작위를 받지 않기로 했다. 금융계에서 일하는 자신의 커리어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그는 왕실로부터 지원금을 받지는 않지만 스스로 돈을 버는 데 따른 비판은 없다. 스웨덴 왕실 전문가 로저 룬드그린은 “그가 금융가로 일하면서 왕실 작위를 받았다면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며 “그는 독립을 유지하고 돈을 스스로 벌기 위해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스웨덴 국왕은 왕실 규모를 줄이기 위해 손주 다섯 명을 왕족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이들은 왕족에서 제외되면서 ‘이론적인 왕위계승권’만 유지한 채 왕실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된다.

왕족으로의 자격을 끝까지 고집하다가는 비판을 받는 경우가 나온다. 하랄 5세 노르웨이 국왕의 장녀인 마르타 루이세 공주는 2002년 자신의 커리어를 잇겠다며 작위를 포기했다. 그러나 지난해 ‘주술사’인 남자친구와 사업을 하면서 자신이 포기했던 직책인 ‘공주’ 직함을 교묘하게 끼워 넣으면서 비난에 휩싸였다. 논란이 일자 마르타 루이세 공주는 사과해야 했다. 이후 SNS에서도 타이틀을 빼고 ‘나는 마르타 루이세입니다(iam_marthalouise)’라는 새 계정을 사용하고 있다. 크리스티나 스페인 공주는 핸드볼 선수 출신 남편이 횡령사건에 연루되자 작위를 박탈당하기도 했다.

왕족이면서 얼마든지 대외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국가도 있다.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은 국영 항공사 KLM의 ‘파트타임 부조종사’로 20년 이상 활동해왔다. 국왕의 동생 콘스탄테인 왕자와 부인 라우렌틴 왕자비는 둘 다 글로벌 싱크탱크에서 일하고 있다. 콘스탄테인 왕자의 형인 프리소 왕자 또한 2012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우라늄 농축 기업의 직원으로 일했다. 네덜란드 왕실 전문가 릭 에버스는 “왕자와 왕자비는 직업을 갖게 되면 정부와 국왕, 왕실에 연락해 어떤 계획인지 설명해야 한다”며 “이들은 왕실이 필요로 할 경우 돌아온다는 조건으로 왕족이 아닌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지난 2005년 왕실 취재 규약이 도입돼 왕족이 공식 업무를 수행하는 상황과 정부에서 공식 촬영 기회를 마련한 휴가에 한해서만 언론 취재가 허용되고 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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