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로코-녹두전’ 여장 남자역
한복에 비녀 꽂으면 ‘천생여자’
올 5월 OCN 드라마 ‘써치’선
DMZ 수색대의 말년 병장 변신
2015년 강도 잡은 대학생 유명
그 덕에 캐스팅돼 배우의 길로
“남들이 한 번 할 때 두세 번씩…
별로 쉬고 싶지는 않네요 하하”
영화나 드라마에서 여장 남자 캐릭터는 항상 위험이 동반된다. 잘해야 본전이다. 몸짓과 목소리를 가다듬고 분장의 어색함을 잘 뛰어넘으면 박수받을 수 있지만 잘못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오히려 어설픈 코미디로 비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데뷔 5년 차인 배우 장동윤(28)은 그걸 용케 뛰어넘었다. 지난해 KBS 2TV 사극 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에서 여장 남자 ‘녹두’역에 도전해 적지 않은 주목을 받았다. 여장만 한 건 아니었다. 한복을 입고 비녀를 꽂으면 아름다운 숙녀가 되고, 갓을 쓰고 도포를 휘날리면 대장부가 됐다. 유난히 희고 매끈한 피부, 부드러우면서도 예리한 턱선이 인상적이었다. 여장 남자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영화 ‘왕의 남자’(2005)의 이준기를 머릿속에서 지울 만큼 매력적이면서도 강렬했다. 이미 군 복무를 마치고 예비군 6년 차에 접어든 ‘상남자’라곤 믿어지지 않았다.
‘예쁜 남자’ 장동윤이 2020년 새해엔 또 다른 변신을 꿈꾼다. 오는 5월 방송을 목표로 촬영에 들어가는 OCN 드라마 ‘써치’를 통해서다. ‘써치’는 괴생명체와 맞서 싸우는 비무장지대 수색대원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장동윤은 제대가 한 달 남은 말년 병장 구동진을 연기한다. 여장 남자에서 군인으로의 변화, 로맨틱 코미디에서 스릴러로의 일대 변신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장동윤은 아주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한양대 경제금융학부에 입학해 군대를 다녀온 복학생이었다. 전공을 살려 금융사 인턴으로 취직할 작정이었다. 그런데 아주 우연한 기회에 연기와 인연을 맺었다.
2015년 운명 같은 사건이 벌어졌다. 장동윤이 동네 편의점에 침입한 강도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해 검거에 기여한 것이다. 그는 ‘강도 잡은 훈남 대학생’으로 매스컴에 소개돼 유명해졌다. 당시 보도 뉴스를 보면 지금보다 살짝 통통한 얼굴이지만 또렷한 눈빛과 부드러운 이미지가 두드러진다. 그 모습이 연예 관계자들의 눈에 띄어 2016년 웹드라마에 캐스팅됐다.
“그때가 인생이 바뀐 계기라고 할 수 있죠. 제가 원래 오지랖이 넓습니다. 불만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편이기도 하고요. 지금도 그런 걸 본다면 그때처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주위에서 위험하다고 말립니다. 앞으론 좀 더 신중해야겠죠.”
장동윤은 ‘조선로코-녹두전’을 찍을 때도 사극을 처음 하는 신인답지 않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선배, 동료 배우들은 물론 연출자에게도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드러냈다.
“모르는 분들이 들으면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자기가 맡은 캐릭터에 대해 배우가 의견을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감독님은 전체를 아우르지만, 캐릭터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배우니까요. 여장 남자 역할은 실패할 위험이 큰 캐릭터였기 때문에 특히 감독님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장동윤은 드라마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 연말연시를 누구보다 바쁘게 보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KBS 연예대상의 MC까지 맡았다. 생애 처음으로 팬 미팅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시도 촬영장을 떠나 본 적은 없다. 지금은 지난해 말 크랭크인한 독립영화 ‘런 보이 런’을 찍고 있다. 육상에 모든 것을 걸었던 주인공이 일반 고교로 옮겨가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는 데뷔 이후 8편의 드라마와 1편의 영화를 하며 쉬지 않고 달렸다.
“저는 더 열심히 일하고 싶어요. 이미 찍어놓은 독립영화가 2편 있고, 지금이 3번째입니다. 작품을 많이 하고 싶어요. 남들이 한 번 할 때 저는 두 번, 세 번씩… 이제 스물여덟이 됐고, 또 곧 서른이 될 테니까요. 별로 쉬고 싶지 않아요. 하하.”
장동윤의 연기 욕심은 당분간 끝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도를 잡은 의협심에 ‘소처럼’ 일하는 성실함이라면 도무지 당해낼 수가 없다.
“저는 SNS를 잘 안 해요. 아날로그적인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걸 해봐야 득이 될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지금의 저를 보고 부모님이 좋아해 주셔서 기쁩니다. 다만 아버지가 교감 선생님인데 학교에 사인하러 오라고만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하하.”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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