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이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각종 상을 섭렵하고 있습니다. 시상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종종 주머니에 손을 넣곤 하죠.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배우조합(SAG)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앙상블상을 받은 후 대표로 소감을 말하던 배우 송강호 역시 통역이 진행되는 도중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었습니다.

이 행동이 전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인이 이렇게 물었죠. “공식 석상에서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는 걸 어떻게 생각해?” 그 장면이 다소 낯설게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죠. 돌려 생각해 본다면, 그 시상식이 열린 장소가 미국이 아니라 국내였다면 예의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었을 겁니다. 유독 한국에서는 이 행동을 불경스럽게 바라보는 분위기가 강하니까요.

하지만 이는 단순한 문화적 차이죠. 미국 골든글로브, 아카데미 등 유명 시상식에서는 시상자로 나선 배우나 감독들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수상자를 호명하곤 합니다. 아무도 그들에게 무어라 지적하지 않죠. 게다가 가만히 선 채 아무 것도 쥐지 않아 어색해진 손을 주머니에 넣는 것만큼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행동도 없죠.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공식석상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는 것은 무례하다’는 생각 역시 특정 문화권에서 주입된 가치일 뿐, 절대적인 도덕률은 아닌 셈입니다.

결국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따르라’ 하듯 각 문화권에 맞는 행동을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그래서 가끔 내한하는 할리우드 배우 로○○, 키○○ 등이 소개를 받아 무대 위에 오를 때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거나 그 상태로 사진 촬영에 임하는 모습이 살짝 속을 긁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영화 홍보를 하려면 최소한의 한국식 예절을 숙지하고 준수하는 것이 상식이니까요.

과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기술고문은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를 비롯해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과 악수하며 왼쪽 손을 바지 주머니에서 빼지 않아 태도 논란이 불거진 적이 있습니다. 외교적 결례라는 거죠. 이를 떠올려 본다면 아무리 자유분방한 미국이라도 주머니에 손을 넣는 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룰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친구에게 이 상황에 대해 물었습니다. “주머니에 손을 넣는 것에 대해 너 같은 질문을 하는 미국 사람은 없다”는 답에서 어느 정도 뉘앙스를 알 수 있었죠. 그러면서 그 친구는 ‘미국식 유머’를 곁들였습니다. “주머니에 발을 넣을 수는 없잖아, 하하하.”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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