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부모님의 산소에 미리 성묘를 갔는데 봉분이 반가량 무너져내려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너무 놀라 한동안 말을 못할 정도로 어안이 벙벙했다. ‘왜 저렇게 됐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멧돼지 등 산짐승들이 먹이가 없어 내려와 봉분까지 갉은 것 같았다. 일단 주위에 있는 흙으로 대충 덮고 내려왔지만 내내 마음이 언짢았다. 요즘 사람들이 산에 가면 이들 짐승이 먹을 나무 열매나 먹잇감들을 따거나 채취해버려 먹을 것이 없다 보니 먹이를 찾다 묘지까지 건드리지 않나 싶었다. 따라서 산에 가서 나무 열매나 먹거리들을 싹쓸이해서는 안 된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의 묘지가 훼손돼 낭패를 당하기 때문이다. 손상된 묘지는 4월이나 돼야 보수를 할 수 있는데 그때까지 더 손상될까 염려된다.

또한 성묘할 때 술을 묘지 주위에 뿌리면 그 냄새를 맡고 굶주린 멧돼지들이 출현한다고 한다. 이런 행위야말로 멧돼지들에게 공격당할 절호의 기회를 주는 것이므로 성묘객들이 특히 유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멧돼지는 후각이 개처럼 매우 뛰어나 아주 먼 거리에서도 술 냄새를 잘 맡으므로 묘지 주위에 술을 붓는 것은 절대 삼가야 한다. 앞으로 산소에 성묘할 때에는 술과 음식을 묘지 앞에 버리지 말고 아주 먼 곳으로 가져가 버려야 함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우향화·서울 서대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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