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GDP 기여도 1.5%P
민간기여도는 0.5%P 불과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 기록
“30-50클럽중 성장률 2위”
정부는 여전히 경제낙관론
전문가 “정책전환 필요한데
정부만 집단 착시현상 빠져”
지난해 한국 경제가 2.0% 성장이라는 10년 만에 가장 낮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정부주도’의 경제 정책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무역환경 변화,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한 경기 하락을 막기 위해 국가 재정 확대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대응으로 볼 수 있지만, 규제혁신을 통한 생산적 재정 투입보다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운 현금성 복지 확대가 압도하면서 오히려 설비 투자, 소비 등 민간 부문을 위축시킨 결과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경제 성장에서 민간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경제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전면 수정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통계를 보면 경제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흐름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해 성장률은 3%대로 급격히 떨어졌으며 2015년(2.8%)과 2016년(2.9%)에는 2%대로 주저앉았다. 2017년 3.2%로 올라서는가 싶었으나 이듬해인 2018년 2.7%로 다시 내려앉았고, 2019년에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는 추세다.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재정 확대 정책을 통해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지난해 연간 지출항목별 GDP 성장 기여도를 보면 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정부 기여도는 1.5%포인트나 됐다. 민간 기여도는 0.5%포인트에 불과했다. 사실상 2.0% 성장률 대부분을 정부가 메운 셈이다. 민간 기여도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5%포인트)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정부 기여도는 2009년(2.3%포인트)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09년 이후 정부 기여도는 0%포인트대를 유지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을 떠받친 것도 정부의 재정 확대였다. 4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1.2%로 2017년 3분기(1.5%)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4분기 성장률(1.2%) 중 정부 기여도는 1.0%포인트를 차지해 사실상 성장을 견인했다. 당초 민간 경제기관에선 지난해 2% 성장률 달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으나 예상을 뒤엎고 2%대 성장률을 달성한 것도 4분기를 포함, 지난해 하반기에 집중된 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 덕분이었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잠재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추세를 되돌리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가 대증적인 요법에만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상이 이러한 데도 정부는 최근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 7개 국가 가운데 한국이 미국에 이어 성장률이 두 번째로 높다”며 한국 경제에 대해 낙관론을 숨기지 않고 있는 상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주도 성장은 한두 해 반짝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민간 부문 투자 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는 대대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데 이 정부는 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일종의 ‘집단 착시현상’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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