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이 한·미 간에 불화의 씨앗이 되고 있다. 정부가 구체적인 개별관광 방안을 발표하면 다음 날 워싱턴이 제재 위반을 거론한다. 정부는 4월 총선 전에 금강산 개별관광을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통일부는 20일 “개별관광은 제재 대상이 아니다”며 △이산가족 또는 사회단체의 금강산·개성 방문 △한국민의 제3국을 통한 북한 지역 방문 △외국인의 남북 연계관광 허용 등 3가지 방안을 밝혔다. 그러자 미 국무부는 “미국은 남북협력을 지지하며, 남북협력이 반드시 비핵화의 진전과 보조를 맞춰 진행되도록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조율하고 상의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정부·여당은 ‘한·미 간 워킹그룹 패싱’을 주장한다. “상전의 승인을 받는 데 급급해한다”며 워킹그룹을 맹비난해 온 북한의 반발 때문이다.
어쩌다 금강산 관광이 이 지경인가?
우선,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 것이 일차 계기다. 과거 현대아산의 사업자 관광 시절 발생한 사고였다. 하물며 주체가 분명치 않은 개별관광은 누가 안전을 책임질 것인가?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는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 북한 당국의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은 필수다.
다음은, 대북 제재와 충돌 가능성이다. 관광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지만, 대량 현금(bulk cash)의 유입 가능성이 있으면 안보리 결의 위반이 쟁점화될 수 있다. 매달 1만 명 이상이 금강산 관광에 나서면 그 대가는 수백억 원에 이르고, 대북 제재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금강산 관광이 절정을 이뤘던 2007년 약 34만 명이 북한을 방문했고, 관광 수익은 50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됐다. 2018년 북한의 전체 수출액 3860억 원을 크게 웃돈다. 대북 제재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개별관광에 나서는 것은 미·북 간에 첨예하게 대립된 비핵화 협상에 도움이 안 된다.
정부가 3가지 원칙으로 개별관광에 나서도 북한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문재인 정부의 개별관광 제안에도 북한은 21일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고성에서 금강산으로 직행하는 육로관광을 하지 않는 이상 베이징∼평양∼원산∼금강산의 우회 경로를 이용해야 한다. 남측 관광객에 대한 북한 주민의 내부 동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허망(虛妄)해 보인다.
그런데 21일 국무회의는 올림픽 남북 공동 유치안을 의결했다. ‘2032 하계올림픽 서울·평양 공동유치 및 개최 추진계획(안)’은 남북 정상이 합의한 올림픽 공동 유치·개최를 차질없이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올림픽 공동 유치는 금강산 개별관광과 함께 대북 제재 예외 항목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북한이 문 정부의 정책에 호응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북한은 한국이 자신들을 총선에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할 가능성이 크다. 비핵화가 이뤄지고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선언하면서 올림픽을 공동 개최한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비핵화는 첩첩산중이다.
결국, 하계올림픽 유치안이 정부의 일방통행식 대북정책의 연장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문 대통령의 올림픽 공동 유치 구상을 ‘그림의 떡(pie in the sky)’이라고 했으며,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담당 부국장은 “문 대통령은 대북 인식에 관한 한 다른 세상, ‘라라랜드’에 살고 있다”고 했다. 동맹인 미국은 물론 북한과도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대북정책은 향후 막다른 골목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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