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얹은지 3개월만에 이글
3개월 뒤 79타 싱글패 받아
5년前 이글 60까지 세다 포기
홀인원 2차례… 베스트 4언더
2연속 버디후 덜컥 홀인원
생애 첫 ‘사이클 버디’놓쳐
앨버트로스 - 이글 - 홀인원
동반자 2명과 잇달아 작성도
초정밀 금형 제품을 생산하는 방재명(52) H&D테크㈜ 대표는 한때 ‘안양 타이거 우즈’로 소문날 만큼 장타를 날렸다.
지난 14일 경기 안산의 상록구 테콤산업단지 내 H&D테크㈜ 집무실에서 방 대표를 만났다. 그는 경기 군포시에서 공장을 운영하다, 2008년 이곳에 산업단지가 조성될 무렵 확장 이전했다.
방 대표는 군포에 있을 때 안양골프장 내 연습장을 자주 이용한 덕에 안양CC에서 플레이한 경험이 있다. 6개월 이상 연습장을 이용하거나 이곳의 골프스쿨 회원에겐 안양CC 평일 라운드를 허용하던 시기였다. 방 대표는 이 연습장 타석에서 건너편 그물망을 종종 넘겼다. 그물망 아랫부분까지 보내려면 240m, 그물망을 넘기려면 270∼280m를 보내야 했기에 자신의 사부인 티칭프로와 담장 넘기기 내기를 자주 했다. 그는 드라이버로 10번 중 2∼3차례 그물망을 넘겼다.
방 대표는 LG전자 전신이던 금성통신에 입사한 뒤 30대이던 2000년 자본금 500만 원으로 남의 공장에 얹혀 금형공장을 차렸다. 지금은 삼성 갤럭시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렌즈, 반도체 LED 칩 등을 찍어내는 초소형 정밀 금형을 생산하고 있다. ‘마이크로 단위’의 오차만 허용하는 정밀 금형을 200∼300개씩 표준화시켜 만드는 게 기술이며 경쟁력. 방 대표가 만든 금형으로 직경 5㎜도 안 되는 렌즈를 찍어내고 이 렌즈는 1억500만 화소의 사진을 구현한다. 국내에서 손꼽힐 정도의 기술력을 갖췄다. 방 대표는 “금형은 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과 접목되는 ‘뿌리 산업’과도 같다”면서 “앞으로 내실을 기해 우리가 제작한 금형으로 브랜드 제품 생산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 대표가 사업 초창기,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일에만 몰두하던 2002년 겨울. 몸에 무리가 오면서 체중이 57㎏까지 빠졌다. 감기인 줄 알고 3∼4일을 참았지만, 바늘로 손톱 밑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엄습했고, 급기야 온몸에 물집이 생겨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다. 대상포진이었다. 일에 쫓겼던 그는 퇴원을 만류하는 병원 측에 죽어도 좋다는 각서를 쓰고 4개월간 통원치료를 했다. 방 대표는 이때 골프를 시작했다. 서 있기조차 힘들었던 그는 마냥 누워 있는 것도 체질에 맞지 않아 오전에 공장으로 출근했다가 짬을 내 실내연습장에 갔다. 그에게 연습장은 도피처였다. 공 5개 정도 치면 허리가 아파 잠시 쉬었다가 다시 공 치기를 반복했다. 이때 연습장에 걸린 타이거 우즈(미국)의 연속스윙 브로마이드를 보고, 레슨프로의 도움을 받아가며 따라 했다. 대상포진이 나아갈 무렵 파3 코스에서 필드 경험을 쌓고 레슨프로와 경기 여주의 신라CC에서 처음 18홀짜리 코스에 나가 103타를 쳤다.
거리가 많이 나면서 골프가 쉽게 다가왔다. 방 대표는 2003년 1월 머리를 얹은 지 3개월 만에 경기 용인의 기흥CC 파5 홀에서 2온 뒤 원 퍼트로 첫 이글을 잡았다. 그해 6월 14번째 라운드였던 충북 진천의 중앙CC(현 에머슨)에서 79타를 쳐 첫 싱글 패를 받았다. 이글은 5년 전쯤 60회까지 기록하다가 이후로는 세지 않는다. 한 라운드에서 이글 2번도 기록한 적이 있다. 이후 골프가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일이 바빠지면서 1년 가까이 골프채를 잡지 않았다. 2004년 4월 거래처 골프 모임에 나갔는데 90대 타수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연습장을 다시 찾았고, 2개월 만에 70대 타수로 재진입했다. 2005년 경기 안산의 제일CC에서 작성한 4언더파 68타가 방 대표의 베스트 스코어다. 2008년 256명이 참가한 전국 CEO 골프모임에서 2언더파 70타까지 쳤다.
방 대표는 2017년 강원 홍천의 블루마운틴CC에서, 2019년 회사 근처인 평택의 군 골프장인 9홀짜리 덕산대 체력단련장에서 최근 3년 사이 2차례 홀인원의 행운을 안았다. 두 번째 홀인원에 얽힌 에피소드. 친구들과 전반을 마치고 두 번째 라운드를 시작하면서 1번(파 4)과 2번 홀(파 5)에서 연속 버디를 낚았다. 3번 홀(파 3) 버디만 하면 첫 ‘사이클 버디’. 130m 거리에서 피칭 웨지로 친 티샷이 핀 방향으로 날아가 홀 앞에 붙어 내심 쾌재를 부르며 뒤돌아선 순간, 일행이 갑자기 ‘어∼어… 와!’ 하고 소리쳤다. 그가 고개를 돌렸더니 이미 공이 홀 속으로 사라졌다. 이 홀인원 탓에 그는 아직 사이클 버디 기록이 없다.
방 대표는 2005년 골프 인생에서 최고의 짜릿한 경험을 했다. 사부인 레슨프로, 그의 후배 프로 2명과 함께 강원 원주 파크밸리CC에서 한 팀 3명이 ‘앨버트로스-이글-홀인원’을 잇달아 작성한 것. 방 대표의 사부가 2번 홀(파 5)에서 티샷을 300m 가까이 날린 뒤 150m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이 홀에 들어갔다. 앨버트로스. 이어 방 대표가 5번 홀(파 5)에서 2온 후 원 퍼트로 이글을 뽑아냈다. 잠시 후 사부의 후배 프로가 7번 홀(파 3)에서 홀인원을 작성했다. 라운드 후 ‘평생 자랑거리’를 자축하기 위해 지인들을 불러 10여 명이 밤샘 파티를 벌였다.
방 대표는 2009년부터 회사 상황이 어려워 한동안 골프를 중단한 이후 예전의 기량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60㎏도 안 되던 체중이 불어나면서 거리가 오히려 줄었고, 무엇보다 동반자와 즐기는 골프를 추구하다 보니 긴장감이 흐트러져 실수도 자주 나온다. 그는 “골프를 통해 나를 다스릴 수 있는 게 이 운동의 장점”이라며 “20년 후에도 언제든 즐길 수 있는 골프 친구 두 팀을 만드는 게 희망”이라고 말했다.
안산 = 글·사진 최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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