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구영(32)·전유지(여·25) 커플

제(유지)가 예비신랑에게 사랑에 빠진 순간은 조금 사소하면서 또 특별합니다.

지난해 지인들과 모인 저녁 술자리에서 신랑을 처음 봤습니다. 모임 초반 분위기는 즐겁지만은 않았습니다. 직원이 매우 불친절했거든요. 주문 누락 등 자신의 실수에도 직원은 미안해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저희에게 똑바로 주문하지 않았다는 식이었죠. 저희 일행 누구라도 직원에게 화를 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그때 신랑이 나섰어요. 신랑은 모두의 예상과 달리 직원에게 화를 내거나 나무라지 않았어요. 대신 서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저희의 불만을 차근차근 직원에게 설명했죠. 대화에선 자신의 감정보다 직원을 배려하는 게 느껴졌어요. 신랑의 품격있는 모습에 저는 마음을 빼앗겼죠.

다음 날, 모임에 같이 있었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전날 그 오빠(신랑)가 술값 다 계산한 것 같은데 나눠내고 싶다”며 신랑 연락처를 물었죠. 사실 술값을 나눠내고 싶다고 말한 건 신랑 연락처를 알아내기 위한 ‘명분’에 불과했어요. 신랑 연락처를 알아내는 데 성공해 신랑과 개인적으로 연락을 이어갔죠. 또 저의 고백으로 연애도 시작했고요.

오는 4월 저희는 부부가 됩니다. 만난 지 1년도 채 안 됐지만 결혼을 결심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까지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점을 꼽자면 첫 만남의 사소한 장면에서 신랑의 진가를 발견한 거예요. 기분이 안 좋거나 화가 날 때도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신랑은 그런 품격을 가진 사람이고요.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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