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본질적으로 선택이다. 유권자들이 어떤 이유와 경로를 거쳐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런데 유권자들의 투표 기준은 각 나라의 정치적 환경과 상황, 후보자의 유형과 특성, 선거 제도 등에 따라 다양하다. 미국 미시간대의 선거 투표 행태 모델에 따르면, 유권자의 지지 선택에 영향을 주는 3대 요인은 ‘정당 일체감’ ‘정책에 관한 의견’ ‘후보자 이미지’다.
정당 일체감이란, 특정 정당에 대해 상당한 기간 내면적으로 간직하는 애착심 또는 귀속이다. 정책이 후보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유권자가 특정 정책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어떤 정당(후보)이 그 정책을 제기했는지 알아야 하며, 그 정책이 투표장으로 유인할 만큼 중요해야 한다. 후보자 이미지에는 후보의 자질과 능력·호감도·인지도·도덕성 등이 포함된다. 1960년대에는 정당 일체감이 중요했지만, 최근에는 인물 변수를 더 중요하게 따지는 추세다.
실제로, 2016년 총선 직후 한국선거학회가 실시한 국민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투표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한 요인은 인물(35.6%), 소속 정당(33.2%), 정책 공약(19.4%) 순이었다. 50대의 경우는 인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2.3%로 상당히 높았다. 주목할 점은, 당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 사람들의 34.7%가 인물을 지적한 반면, 패배한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경우에는 그 비중이 28.7%에 불과했다. 당시 민주당은 현역 의원 33.3%를 물갈이한 반면, 새누리당은 23.8%에 불과했다. 결국, 물갈이 공천이 승부를 갈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 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총선 3개월 전만 해도 당시 야당이던 민주통합당보다 지지율이 10%가량 낮고, 예상 의석수도 열세였다. 그러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역 의원의 절반 가까이를 교체(47.1%)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당시 민주통합당의 현역 교체율은 37.1%였다. 어쨌든, 역대 총선에서 현역 의원 교체율이 높은 정당이 승리했다. 이는 인적 쇄신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의식해 여야 정당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인적 쇄신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누가 현역 의원을 더 많이 물갈이해서 혁신하는지 싸움에 돌입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오는 28일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대상자 22명에게 결과를 개별 통보하기로 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3분의 1을 컷오프 하고 현역 국회의원을 50%까지 교체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혁신 공천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하고 궁극적으로 좋은 정치를 펼치려면 현역 의원 교체 수 못지않게 누구로 채울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공천의 화룡점정은 인재 영입이 돼야 한다. 1996년 총선에서 보수 여당인 신한국당은 민중당 출신 이재오·김문수 등을 영입해 좌우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승리했다. 2000년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은 임종석·이인영·우상호 등 ‘386운동권 인사’를 대거 영입해 새 피 수혈에 성공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경우, 현역 의원의 빈자리를 청와대 참모 출신으로 채운다면 그것은 공천 혁신(革新)이 아니라, 대통령 친위(親衛)체제 구축이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통합한 뒤 ‘지분 나눠먹기 공천’을 한다면 혁신을 포장한 불공정 공천이 될 수 있다. 단언컨대, 더 크게 물갈이하고 더 넓게 인재를 영입하는 ‘국민 공감 공천’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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