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령도시’ 변해가는 우한

병원 의사·장비부족 아비규환
간신히 우한 탈출해도 푸대접
호텔 등 안 받아줘 난민 신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는 28일 공포와 절망, 허탈함과 분노가 가득했다. 지난 23일 시 전체가 봉쇄된 뒤 거리와 도로, 상가 등은 ‘유령 도시’로 변한 반면, 시내 병원은 의료진과 장비 부족에도 밀려드는 환자들로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현지 언론과 SNS를 통해 들려오는 900여만 명 우한 시민들의 생활은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중국 전역에서 의료진이 우한으로 향하고 의료장비 등을 공수하고 있지만 우한의 병원 상황은 여전히 절망적이다. 우한 현지언론 젠캉스바오(健康時報)는 이날 “우한 폐렴 환자 가족들은 병원의 다음 빈 자리가 우리 것이 되기를 간절히 빌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부모와 할아버지 등 3명 모두 10일째 발열과 기침 등의 증상이 계속되는데도 입원할 병상이 없어 병원을 전전하는 한 가족 상황을 전했다. 왕(王) 씨는 “엄마 아빠를 모시고 병원을 찾아 폐 CT를 찍었더니 폐렴 감염 의심이 높았지만 시약케이스가 부족해 확진할 방법이 없었다”며 “병원 세 곳을 전전했지만 자리가 없어 부모님은 매일 적십자병원을 오가며 링거를 맞고 있다”고 했다. 우한시 일선 병원의 의료용 마스크는 곧 동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렸다. 중국 인터넷 언론 펑파이신원(澎湃新聞)은 27일 “우한 폐렴 지정 치료 기관인 우한 제7병원의 의료용 마스크(N95)는 이날 오후 80개만 남았고 이는 반나절 사용하기에도 부족하다”고 보도했다.

우한 폐렴 환자 가족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SNS를 통해 파악한 우한 시민들의 근황을 전하며 “수백만 명이 전염 가능성에 대한 걱정과 정부 당국에 대한 분노, 고립감 속에서 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30대 초반 저우안 씨는 “감염을 피하기 위해 집에 머물면서 먹고 자는 돼지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지 두렵다”고 말했다.

우한에 어쩔 수 없이 남게 된 외국인들도 공포에 떨기는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우한에 남은 미국인들을 태우고 갈 전세기가 도착하지만 모든 교통수단이 막혀 공항에 갈 수 있을지조차 걱정”이라고 전했다.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맞아 고향에 가거나 도시 봉쇄 전 탈출한 우한 시민과 후베이성 사람들도 타지에서 난민 신세로 전락했다. 신징바오(新京報)는 이날 “외지로 나간 우한 등 후베이성 사람들이 지역을 표시하는 차 번호판 때문에 신고를 당하고 호텔에서도 숙박을 허락하지 않아 차에서 밤을 지새우는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
김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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