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록 작가가 카메라를 장노출로 맞춰 놓고 직접 플래시 등 빛을 들고 이동하며 ‘에너지 흐름’을 재현한 아이슬란드 동남부 분화구(Iceland 18, 120×160㎝·왼쪽)와 싱벨리르국립공원 내 호수의 한 섬 사진(Iceland 3). 갤러리 나우 제공
이정록 작가가 카메라를 장노출로 맞춰 놓고 직접 플래시 등 빛을 들고 이동하며 ‘에너지 흐름’을 재현한 아이슬란드 동남부 분화구(Iceland 18, 120×160㎝·왼쪽)와 싱벨리르국립공원 내 호수의 한 섬 사진(Iceland 3). 갤러리 나우 제공

■ 사진작가 이정록 ‘에너지의 기원’展 화제

카메라 노출과 빛을 이용한
‘라이트 페인팅 기법’에 눈길
나비떼 같은 빛의 흔적 표현

“용암·빙하가 내뿜는 기운통해
영혼을 뒤흔드는 에너지 받아”
갤러리 나우 신사 이전 첫 전시


‘랜드 아트(Land art)’ 혹은 ‘어스 아트(Earth art)’라고도 불리는 ‘대지미술’은 대자연을 캔버스 삼아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대지미술 거장인 크리스토 자바체프와 장클로드 부부는 호주 시드니만 일부를 천으로 덮거나 캘리포니아의 아름다운 경치 속에 40㎞ 가까운 인공 울타리를 설치해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사진작가 이정록(사진)의 작업도 결과물은 조금 다르지만 대지미술가들의 작업을 연상케 한다. 그는 카메라 노출과 빛을 이용, 독자적인 ‘라이트 페인팅’ 기법으로 ‘대지’ 위에서 플래시를 들고 다니며 그림 그리듯 작업을 한다. 그리고 ‘에너지 흐름’이 강렬한 곳에서 플래시를 터뜨리고 이를 ‘장노출 중인 필름에 남기는 것’이 그의 일이다. 필름을 인화하면 사진에는 거대한 빛의 흐름이 영롱하게 살아 있다. 대지미술가들과 달리 그의 작품은 ‘대지’라는 캔버스에 남겨진 설치물은 아니지만, 대지 위를 캔버스 삼아 역시 걸으며 ‘빛’으로 작업해 결과물을 남기는 것이기 때문에 대지미술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그는 “플래시와 함께 대지 위를 걸으며 남긴 빛의 흔적은 물, 땅과 하늘의 기운들과의 영적 교감으로 얻어진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이정록 작가의 ‘The origin of energy’전이 강남구 신사동 나우갤러리에서 2월 14일부터 3월 8일까지 열린다. 인사동 ‘터줏대감’이었던 갤러리 나우가 신사동으로 이전 후 여는 첫 전시다.

전시될 작품들을 보면 시리도록 푸른 하늘 아래 만들어진 ‘빛의 폭포’가 호수와 바다, 계곡, 돌산, 황량한 대지 위로 흘러넘치고 있다. 그 빛의 조각들은 이따금 나비의 형태로 산화하듯 날아오르기도 한다. 원근감과 노출을 이용, 바다 위에 찬란하게 떠 있는 ‘빛의 태양’도 구현돼 있다. 이정록 작가는 화단에서 원래 ‘신비한 나무사진’의 작가로 유명하다. 카메라를 장노출로 조절한 후 나무 한 그루에 소형 플래시로 반짝반짝 빛을 터트리고 서치라이트를 비춰 신비한 나무 사진을 찍었다. 나무는 하얀빛 열매에 감싸인 듯 몽환적이다. 반딧불이가 나무를 휘감아 올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기존 작품과 조금 다르다. 작가는 이번 작업을 위해 지난해 7, 8, 9월 3개월여를 ‘동토의 땅’ 아이슬란드에서 살았다.

“그동안 저의 일련의 작업 ‘신화적 풍경(Mythic Scape)’ ‘사적 성소(Private sacred place)’ ‘생명나무(Tree of Life)’ ‘나비(Nabi)’ 등은 지속적인 방문과 기도, 명상 등의 노력으로 에너지를 끌어올려서 어떤 상태에 도달해 진행한 결과물들이었습니다. 아이슬란드는 지금껏 내가 경험한 곳들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압도당했습니다. 에너지의 격렬한 충돌, 지표면 아래 들끓는 용암과 지표면 위 거대한 빙하가 내뿜는 차가운 기운이 하루에도 수차례 포효했습니다. 그처럼 내 영혼까지 뒤흔드는 에너지의 음성을 받아내기에만도 급급할 정도였습니다.”

작가는 “아이슬란드에서는 내가 작업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작업이 나를 이끌었다”고 고백한다.

미국 로체스터공과대 영상예술대학원에서 순수 사진을 전공했으며, 영국 런던 폰톤 갤러리, 중국 상하이(上海) 젠다이 컨템포러리 아트 스페이스 등에서 개인전을 28회 열었다. 2017년에는 필립스 경매에서 작품이 3300만 원에 낙찰돼 화제가 됐다. 국립현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대림미술관, 아트선재미술관, 일민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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