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우한 폐렴)의 전 세계적인 확산에 따라 바이러스에 관한 공포감도 커지고 있다. 중세 유럽을 휩쓴 흑사병부터 21세기 들어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까지, 인류는 전염병과 역사를 함께해왔다. 그 과정에서 인류가 깨달은 교훈은 무엇일까. 우선 인간은 전염병과 끊임없이 싸울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과학 작가 아노 카렌이 쓴 ‘전염병의 문화사’(사이언스북스)는 로마제국을 강타한 페스트, 나병과 결핵 및 발진티푸스와 매독, 콜레라와 인플루엔자, 에이즈 등을 소개하며 병원성 미생물의 공격에 대비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미국의 역사학자 윌리엄 맥닐이 쓴 ‘전염병의 세계사’(이산)는 인류에게 재앙을 초래하는 돌발적인 우연한 사건으로 보는 대신 교역망 확대, 생활환경 변화, 정치적 및 경제적 상황 등 인간사의 총체적인 측면과 맞물려 있는 중요한 변수로 파악한다.

전염병에 맞선 생존 투쟁이 인간을 과거보다 더 나은 삶으로 이끌었다는 점 또한 교훈 중 하나다. 예병일 연세대 원주의대 교수가 쓴 ‘세상을 바꾼 전염병’(다른)은 인간의 역사가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짚는다. 산업혁명 시대에 환자들을 격리하고 치료하기 위해 만든 수용소, 여성의 사회활동 영역을 넓힌 간호사라는 직업의 탄생 등은 모두 전염병을 극복하는 과정의 산물이라는 게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되, 이를 지나치게 과장해선 안 된다는 점도 중요한 교훈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셸던 와츠가 쓴 ‘전염병과 역사’는 전 세계적으로 1년에 20만∼30만 명이 계절 독감으로 사망하는데, 신종플루의 치사율은 비슷하거나 더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설명한다. 잘못된 의학 상식, 헛소문과 부풀려진 공포는 질병보다 더 크게 사람들의 영혼을 잠식한다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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