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발생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머물던 교민들이 분산 수용될 예정인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에 30일 방재요원들이 투입돼 입구 근처에 방역시설 설치작업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발생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머물던 교민들이 분산 수용될 예정인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에 30일 방재요원들이 투입돼 입구 근처에 방역시설 설치작업을 하고 있다.
- 아산·진천 가보니…

“애초 진천이었다면 반대안해”
충남도 “개발원에 521명 수용
아산 60명 등 도민 141명 포함”


“살기 좋던 아산이 제2의 우한이 되는 것 아닌가 두렵습니다.” “생존권 차원의 저항인데 24시간도 안 돼 공권력으로 밀어붙이는 게 민주국가인가요?”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전세기로 귀국하는 교민들의 격리 수용지로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결정한 것에 반발해 시작된 주민들의 도로 점거 농성이 하루 만에 강제 해산됐다.

30일 오전 아산시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 앞 진입로를 봉쇄한 채 전날부터 밤샘 농성을 벌이던 주민 30여 명이 경찰에 강제 해산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7시 40분쯤 주민들에게 3차례 불법 집회 해산을 요구한 뒤 해산 조치에 들어가 30여 분 만에 도로에 있던 트랙터 등 농기계를 치우고 농성 주민들을 인도 쪽으로 밀어냈다. 경찰은 새벽부터 주변 진입 도로에 1000여 명의 경찰력을 배치해 시위대 추가 진입을 차단했다. 도로가 열리자마자 교민용으로 보이는 물자를 실은 트럭 3대가 연수원으로 들어갔다.

주민들은 장관·도지사 면담 등을 요구하며 주변 인도로 농성 천막을 옮기고 농성을 이어갔다. 천막 앞에는 ‘33만 아산 도심에 우한 교민 수용, 아산은 무슨 죄냐’ ‘우한 교민 수용 절대 반대’ 등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주민들은 천안에서 하루 만에 충남·북 이웃으로 대상지를 바꾼 정부를 겨냥해 “충청도를 핫바지로 보고 봉 취급한다. 정부가 이웃 지역 주민들끼리 싸움을 부추기느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연수원 앞 식당 주민 김모(51) 씨는 “경찰 교육생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인데, 우한 교민을 수용하게 되면 어떡하냐”며 “안전, 주민 피해보상 등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경찰만 동원해 밀어붙이는 것이 민주주의 정부냐”고 울분을 터트렸다. 한 주민은 “천안은 3곳 다 여당 국회의원이고 시장 보궐선거까지 하니까 야당 지역인 아산갑으로 바꾼 것이고 진천도 마찬가지”라며 결정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진천군 덕산읍 혁신도시 내 공무원인재개발원 정문 앞도 정부를 성토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로 넘쳤다. 트랙터와 트럭으로 공무원인재개발원 입구를 봉쇄한 주민 40여 명은 우한 교민을 지역에 수용한다는 사실보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에 더 분노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전날 오후 11시쯤부터 공무원인재개발원 정문 앞에 천막을 치고 밤샘 농성을 했지만 이날 오전 8시 25분 시작된 경찰의 해산 조치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기만 했다. 서재석(56) 덕산읍주민자치위원회장은 “문제는 정부가 애초 천안으로 후보지를 정했다가 주민들이 반발하자 희생양으로 진천을 택한 것”이라며 “애초 진천으로 택했다면 우리가 이처럼 반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충남도는 중국 우한에서 전세기로 귀국하는 교민 700여 명 중 521명이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생활하게 된다고 밝혔다. 경찰인재개발원에 머물게 될 521명 중 충남 도민은 141명으로 확인됐고, 이 가운데 아산 시민도 60명 포함됐다고 충남도는 덧붙였다.

아산 = 김창희·진천 = 이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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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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