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눈동자’ 여옥 역의 배우 김지현, 최우리, 박정아(왼쪽부터). 수키컴퍼니 제공
‘여명의 눈동자’ 여옥 역의 배우 김지현, 최우리, 박정아(왼쪽부터). 수키컴퍼니 제공
■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재공연 무대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3022 석을 지닌 이 극장에서 상연한 뮤지컬이 꽤 있지만, 이 작품이 오른 것은 특별하다. 투자 사기를 겪으며 천신만고 끝에 지난 해 1000 여 석 극장에서 초연을 한 것이 성공을 거둔 결실이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첫 공연 때 만난 제작자에게 건넨 축하 인사는 의례적이 아닌 진심을 담은 것이었다. 공연을 보니 역시 축하를 받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튼콜 때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냈고, 배우들은 젖은 눈으로 인사를 했다.

이번 공연은 대극장 크기(프로시니엄아치 형태로 넓이 22m, 깊이 35m, 높이 11.86m)를 적절히 활용해 역동적이고 장대한 무대를 꾸민 게 두드러진다. 전쟁터의 철조망, 해방 공간의 가옥 등 역사 배경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극장 규모에 맞게 재편성한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음악은 울림이 크다. 새로 편곡한 주요 넘버 뿐 만 아니라 앙상블 배우들의 합창은 보는 이의 가슴을 뒤흔든다.

동명의 드라마로 알려진 것처럼,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인 1943년 겨울부터 6·25 전쟁 직후까지 격변기 10년을 겪어낸 세 남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쟁의 광기 속에 사랑을 피워 내려 했던 이들의 기구한 사연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희로애락을 대서사시로 표현했다.

극을 ?으며 새삼 절실한 것은, 교조적 이념을 앞세워 권력을 쥔 자들이 공동체의 ‘여명’을 짓밟고 사람들의 삶을 질곡에 빠트린다는 것. 오늘날 우리 상황에서 가슴 아프게 새기게 되는 화두일 듯 싶다.

초연 때 주인공 윤여옥 역을 맡아 호평을 얻은 김지현은 이번에도 공력을 과시한다. 첫 공연에서 보니, 김지현은 질곡의 세월을 헤쳐가는 여옥 그 자체였다. 같은 역에 캐스팅된 최우리와 박정아는 다른 색깔의 매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테이는 일본군으로 징용된 남경 부대에서 여옥과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하는 최대치 역을 맡았다. 그는 초연에서는 군의관으로 근무하다 여옥에게 연민을 느끼는 장하림 역을 연기한 바 있다. 온주완, 오창석이 같은 역을 맡아 관객을 만난다.

초연 때 ‘하림 경수’라는 애칭을 얻었던 이경수는 이번에도 탁월한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마이클리가 같은 역으로 캐스팅됐다.

뮤지컬 계에서 실력파로 인정받는 정의제, 조태일, 조남희, 임선애, 이기동 등이 함께 한다. 오는 2월 27일까지 공연.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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