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계기 전염병 다룬 소설 재조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발병지인 중국 우한(武漢)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전염병을 다룬 소설들이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우한 폐렴 확산이 중국인 혐오 현상으로까지 번지고 있어 이 소설들이 극한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성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2013년에 출간된 정유정 작가의 ‘28’(은행나무)은 수도권에 인접한 가상도시에서 발생한 치명적 전염병 사태를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인수공통감염병과 도시를 봉쇄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소재가 인수공통감염병인 우한 폐렴, 중국 정부의 우한 봉쇄와 판박이처럼 닮았다. 작품 속에서 고립된 도시에 갇힌 시민들은 탈출을 시도하지만 군경에 의해 사살되고, 도시는 약탈과 살인이 난무하는 생지옥으로 변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28’은 살기 위해 과연 남을 죽이는 게 정당한지를 묻고, 감염자들을 어떻게 대하는 게 옳은지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비극과 고통에 공감하는 인간성만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이 작품의 메시지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조제 사라마구의 장편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 또한 ‘28’처럼 전염병의 공포 속에서 드러나는 이기심과 혐오, 그리고 한 줄기의 희망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 속 등장 인물들은 감염되면 실명하는 전염병에 걸렸으나, 소유욕에 눈이 멀어 인간성조차 상실해 버린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서로 고통을 나누고 의지하는 이들의 모습은 인간성이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르포처럼 생생하게 극한상황을 그려내며 근본적인 사태 해결방안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소설도 있다. 2018년에 출간된 김탁환 작가의 장편소설 ‘살아야겠다’(북스피어)는 지난 2015년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고든 작품이다. 환자와 같은 공간에 잠시 머물렀다는 이유로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병원에서 더욱 치명적인 병을 얻는 기막힌 상황, 피해자면서도 죄인이나 가해자 취급을 받았던 환자들의 모습 등 살풍경이 작품 곳곳에서 생생하게 펼쳐진다. 건조한 문체는 당사자들이 느낀 아픔과 고초를 더욱 비극적으로 전달한다.

미국의 과학 칼럼니스트 리처드 프레스턴이 소설 형식으로 쓴 논픽션 ‘핫존’(청어람미디어)은 아프리카와 미국 등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 발병 사태를 생생하게 그린다. 이 작품은 미 육군 전염병의학연구소와 질병관리본부를 배경으로 미국이 어떻게 위기 상황을 관리하고 대응했는지 보여준다. 이들 작품은 이 땅에 이 같은 사태가 다시 벌어지면 제대로 막을 수 있는지와 더불어 우리 사회가 경제적 손실이나 성공 가능성 등을 이유로 한 사람을 쉽게 포기하는 공동체가 아닌지 질문한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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