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부품 공급망 적신호
관광·여행·항공·면세 등 위축
국내소비 0.3~0.4%P 감소예상
홍남기 “정책자금 지원 강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예상을 뛰어넘어 국내외에서 빠른 속도로 창궐하면서 가까스로 싹을 틔우는 듯싶던 경기회복의 기대감을 순식간에 덮고 있다. 금융시장만이 아니라 관광, 여행, 면세, 숙박, 공연, 외식 등 전통 내수와 실물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산 부품 조달을 통한 주력산업과 대기업 생산도 본격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장기화할 경우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한계로 파생하는 리스크를 피하지 못하고 ‘퍼펙트 스톰’(여러 악재가 겹친 초대형 경제 위기)에 봉착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부랴부랴 내수, 수출 타격을 보완하기 위한 모니터링과 금융 자금 지원을 포함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3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한 폐렴 확산으로 관광, 여행, 항공, 면세 등 내수가 위축되고 중국산 부품 조달에 급제동이 걸리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야 후베이(湖北)성을 방문한 외국인 입국을 4일부터 금지하기로 했다. 정부 조치에도 불구, 내수 소비는 물론, 2월 또는 1분기에는 마이너스(-) 부진의 늪에서 탈출을 기대했던 수출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우한 폐렴이 국내에서 추가로 확산할 경우 국내 소비가 0.3∼0.4%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입국자는 중국인 712만 명을 포함해 1887만8000명으로 2019년 대비 8.1%가량 늘 것으로 기대했으나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임동민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우한 폐렴이 수요에 충격을 미쳐 중국과 전 세계 수요 및 교역회복을 저해하고 한국도 대중 수출 감소로 올해 수출회복과 제한된 경기회복조차 무산될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한국으로 전염돼 확산하면 수요 충격이 내부에서도 발생해 이차적인 경기 하향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휴무일 연장 조치로 현지 공장 가동 중단 사태가 확산하면서 부품 공급망에도 적신호가 요란하다. 주력 제조 기업인 삼성·LG·SK 등은 중국 공급망 긴급점검에 나섰다. 일부 완성차는 이미 한시적인 국내 공장 가동 중단 결정을 내렸다. LG디스플레이가 본격 가동을 준비하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을 둔 광저우(廣州)는 9일까지 공장 휴무를 연장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둔 산시(陝西)성과 SK하이닉스의 장쑤(江蘇)성 우시(無錫) 반도체 공장은 아직 가동 중이지만 사태 확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중국이 최대 수출국인 만큼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은 대부분 중국에서 소비된다”며 “사태 악화로 공장 가동이 장기간 멈춘다면 공급망은 심대한 어려움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식, 여행, 교양, 오락, 문화 등 경기 민감 산업을 중심으로 정책 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우한 폐렴 확산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그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관련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사태가 조기에 종식되지 않으면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수출 기업에 대해서는 경영 애로 해소와 시장 다변화 등을 중심으로 2월 중 수출 지원 대책을 세우고 내수 피해 우려 업종에 대해서는 정책 자금 지원 강화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가전 등 중국 내 생산 부품 활용도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소재·부품·장비 수급에 차질이 없는지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이민종·박민철·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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