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정부가 총리실 소속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준비단을 두고 실무작업에 들어간다는 보도가 나왔다. 공수처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여전히 교차하는 가운데 공수처와의 업무 중복을 이유로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폐지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수처가 검찰개혁 방안으로 주장된 지 20년이 넘었다. 우여곡절 끝에 공수처법이 통과된 것을 검찰개혁의 성공으로 평가하는 것도, 홍콩의 염정공서, 싱가포르 탐오조사국 등과 같은 역할을 기대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도 공수처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 것은 공수처가 제 기능을 못하고 오히려 오남용될 개연성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검사들의 개인 비리 때문이 아니라, 검찰 조직이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지난 정권 말기에 최순실 사건에 대한 늑장수사, 봐주기 수사에 대한 국민의 불신·불만이 검찰개혁에 대한 가장 큰 동인(動因)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인사권을 통한 개혁’을 내세우면서 검찰이 정권에 더욱 순응할 것을 요구했다. 검찰개혁이 반대로 가고 있다.

공수처 설치를 통한 검찰개혁도 마찬가지다. ‘정치검찰’을 통제해야 한다면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올바른 개혁일 수 없다. 그런데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추천위원회는 7명의 위원 중 2명이 여당 추천, 1명이 법무부 장관, 1명이 법원행정처장으로, 친정부 인사가 과반이다. 더욱이 추천위원회에서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하는 방식이니 대통령의 영향력이 사실상 절대적이다.

이처럼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공수처의 관할 범위와 조직 규모의 부조화는 더 많은 문제로 이어진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현직 고위공직자만 7000여 명이고, 전직 고위공직자와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수만 명에 이른다. 그런데 공수처는 처장·차장을 포함한 25명 이내의 검사와 40명 이내의 수사관으로 구성된다. 이런 규모의 공수처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수많은 사건, 예컨대 조국 전 장관 관련 사건이나 울산시장선거 관련 사건, 나아가 전직 대통령들과 대법원장, 대법관에 대한 사건 등을 모두 처리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공수처법 제24조에 따라 공수처가 일부 사건만 이첩받아 처리할 때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것을 우려하는 것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또,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폐지할 경우 과연 공수처가 그런 일까지 처리할 인력과 조직을 갖췄는지도 문제가 된다.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공수처의 객관성과 공정성, 그 전제가 되는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점이다.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하지 않은 채 무조건 대통령을, 정부를 신뢰하라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닐뿐더러 권력의 상호 통제를 요구하는 법치주의와 정면충돌한다.

검찰개혁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아니고, 공수처 설치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공수처를 설치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중립성과 독립성을 갖춰야 하고, 권한에 상응하는 인력과 조직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법률에 따라서 만들어질 공수처에 대해서는 어느 것도 기대할 수 없다. 실패가 예정된 공수처, 도대체 누가 어떻게 책임지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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