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촌 패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모든것
메르스·독감처럼 ‘비말 전파’…감염 범위 2m로 단정지을 순 없어
아데노·리노바이러스와 함께
감기 유발하는 ‘3大 바이러스’
치사율 2~4% 독감의 최대8배
중국 논문선 11% 주장도 나와
인체내‘사인토카인’ 과다 분비
면역 부작용에 치료 어렵게 해
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 통해
6시간 이내 감염여부 확인가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 수는 4일 오전 현재 1만7486명에 달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31일 후베이성(湖北) 우한(武漢)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 27명이 집단으로 발생했다고 발표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이다. 이미 확진자 수는 2002∼2003년 유행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총확진자 수(8422명)를 넘어섰다. 2015년 중동 지역과 한국을 강타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약 16배에 이른다. 급기야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전 세계를 떨게 하는 우한 폐렴은 사스, 메르스 등과 마찬가지로 감기 질환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이다. 가벼운 감기부터 치명적인 메르스까지 다양한 변종 바이러스의 모체가 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와 차이점, 특징, 검사 및 치료법 등에 대해 살펴봤다.
1. 코로나바이러스란?
코로나바이러스는 아데노바이러스·리노바이러스와 더불어 감기를 유발하는 3대 바이러스 중 하나다. ‘코로나(corona)’는 라틴어로 ‘왕관’이란 뜻인데, 전자현미경 관찰 시 바이러스 표면에 돋아난 돌기 모양이 이 같은 외형과 유사한 데서 명칭이 유래했다. 주로 추운 겨울철에 발생하는 성인 감기의 10∼30%를 차지하며, 두통·인후통·기침을 동반한다. 현재까지 인간이 감염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모두 7종으로 이 중 4종은 가벼운 감기 증상만 일으킨다. 나머지 3종은 2002년 중국에서 발생해 이듬해 유행한 사스와 2015년 중동 지역과 한국을 강타한 메르스, 그리고 지난해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모두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켜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원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지명에서 유래된 ‘우한 폐렴’의 바이러스학적 명칭은 ‘20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ovel coronavirus)’다. 학계에서는 줄여서 2019-nCoV라고 쓴다. WHO는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질병을 잠정적으로 ‘2019-nCoV 급성호흡기질환’이라고 명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E, S, M & HE의 네 가지 단백질 구조로 표면이 이뤄져 있다. 내부에는 RNA와 N 단백질이 있다. 우한 폐렴의 발병 원인과 감염 경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중국의 호흡기 질병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는 우한의 화난(華南) 수산시장에서 팔린 오소리, 대나무쥐, 박쥐 같은 야생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3. 바이러스 숙주 단골 박쥐 왜?
박쥐는 사스, 메르스, 에볼라 등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이 창궐할 때마다 주범으로 지목됐으며, 이번 우한 폐렴의 유전자도 박쥐 내부의 바이러스와 96%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습한 동굴에서 살아 온몸에 기생충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박쥐는 몸속에 최대 200종의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다. 박쥐는 인간처럼 바이러스하고 전쟁하는 면역체계가 아니고 공생하면서 별도의 면역반응이나 증상 없이 살 수 있는 형태로 진화했다. 이 때문에 박쥐를 잡아먹은 야생동물이나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2차 숙주(사향고향이, 낙타)를 거쳐 사람에게 전염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4. 인플루엔자와는 어떤 차이?
우한 폐렴과 독감은 모두 호흡기 증상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하지만 질환이 새기는 원인 바이러스와 진단법 등에서 다른 특성을 보인다. 우한 폐렴은 최초 보고된 새로운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이다. 초기에 열이 나고 기침을 하다가 증상이 나빠지면 폐렴 증상이 나타난다. 현재로는 바이러스 중 강한 전염력을 보이고 있고, 치명률도 2∼4%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29일 중국 의학계가 발간한 논문에서는 치명률이 11%에 달하기도 했다. 이는 현재 우한 폐렴에 대한 마땅한 예방 백신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은 변이를 자주 일으켜 증상이 그때마다 다르다. 열이 38도 이상 오르고, 근육통이 오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치명률은 우한 폐렴에 비해 낮다.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연구소에 따르면 0.05% 정도다. 우한 폐렴과 달리 치료제와 예방백신이 있어 관리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5. 공기 전파 vs 비말 전파
공기 전파는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타인이 공기를 흡입할 때 호흡기로 감염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결핵, 홍역, 수두바이러스가 공기 전파되는 바이러스에 속한다. 다행히 우한 폐렴은 비말 전파에 해당한다. 비말 전파는 감염자가 기침·재채기를 할 때 침 등의 작은 물방울(飛沫)에 바이러스·세균이 섞여 나와 타인의 입, 코로 들어가 감염되는 경우다. 2015년 감염자가 발생한 메르스와 독감, 백일해 등이 비말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말 전파는 기침을 할 때 비말이 퍼지는 2m 안에서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말 전파되는 바이러스라고 해도 에어컨 등이 바이러스를 빨아들인 뒤 공기 중에 내뿜게 되면 훨씬 멀리 퍼질 수 있다며 감염 위험 범위를 2m로 단정 지을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6. 무증상 전염 논란
무증상 환자가 다른 사람에게 전염을 일으키는 것이 가능한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방역 당국도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다가 최근에야 관련 사례가 속속 확인되면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2∼7일의 잠복기를 나타낸 사스나, 5일의 잠복기를 가진 메르스와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14일까지의 잠복기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중국 보건 당국에서는 무증상 감염에 대한 가능성을 제기했고, WHO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달 28일 독일에서 무증상 2차 감염이 의심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국내에서도 3차 감염이 발생함에 따라 이러한 가능성에 힘을 보탰다. 감염자가 증상이 발생했지만 그 정도가 미미해 자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속단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7. ‘사이토카인 폭풍’ 효과란?
의료진은 우한 폐렴 환자의 세포 반응이 활성화된 것에 주목, ‘사이토카인 폭풍’이 질병의 진행 속도를 높이고 치료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이토카인 폭풍이란 인체 내 면역물질인 사이토카인의 과다 분비로 일어나는 부작용을 의미한다. 외부에서 침투한 신종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사이토카인이 필요 이상으로 분출돼 정상 세포에까지 영향을 주면서, 의도와는 정반대로 되레 환자가 공격받는 일종의 자폭 현상을 뜻한다. 전문가들도 인체가 경험해보지 못한 바이러스에 대한 극심한 면역반응이 역효과로 나타나 기존의 폐 손상을 악화시키는 등 여러 장기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 때문에 젊고 건강한 사람도 중증 폐렴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1918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해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낸 스페인 독감도 젊고 면역력이 높은 사람들의 치사율이 높았는데, 원인으로 사이토카인 폭풍이 꼽혔다.
8. 감염 검사는 어떻게?
우리나라는 지난 1월 31일부터 검사 속도와 편의성을 높인 ‘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Real Time polymerase chain reaction)’를 전국 18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시행한 데 이어 4일부터는 일선 의료 현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판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법은 모든 코로나바이러스를 먼저 선별한 후 염기서열 분석 등을 거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판별하는 2단계 검사로 1∼2일이 걸렸다. 그러나 새로운 검사법은 단 한 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특화된 검사 체계로 6시간 이내에 결과 확인이 가능하다. 정부는 조만간 민간 회사도 이를 바탕으로 상용 시약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적으로 허가된 상용 진단시약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9. 에이즈 치료제 사용 왜?
에이즈 치료제가 우한 폐렴 치료제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태국 보건부는 지난 2일 우한 폐렴 환자인 71세 중국 여성에게 에이즈 바이러스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항바이러스제 혼합물을 투여해 치료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여성에게 투입한 약물은 에이즈 치료에 쓰이는 리토나비르·로피나비르 혼합제(칼레트라)와 독감 치료에 쓰이는 오셀타미비어(타미플루)다. 앞서 중국에서도 우한 폐렴 환자들에게 칼레트라를 투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내 보건 당국도 국내 확진자 중에서 폐렴 증상이 심한 1번과 4번 환자에게 이 약물을 투약하고 있다. 이처럼 에이즈 치료제가 사용되는 이유는 바이러스 증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증식에는 ‘단백질분해효소’가 반드시 필요한데,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는 단백질분해효소를 억제해서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역할을 한다.
10. 백신 개발은 언제?
세계 각국 의료·보건 전문가들이 우한 폐렴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시험과 임상시험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려 초기 확산 방지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홍콩대 위안궈융(袁國勇) 교수는 홍콩의 첫 번째 우한 폐렴 확진자로부터 바이러스를 추출해 백신을 개발 중이다. 연구팀은 동물시험에 소요되는 몇 개월과 임상시험 기간을 고려하면 최소 1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탈리아 국립전염병연구소도 감염자로부터 바이러스 샘플을 얻어 진단기법과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백신 개발에 성공해도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생겨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사스, 메르스 등의 원인균이기도 한 코로나바이러스는 특히 유전자 돌연변이가 잦아 백신 개발이 까다롭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선형·최재규·김성훈·김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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