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일선 법원 내 법관 업무 배분과 재판부 구성 등을 논의하는 ‘사무분담’ 과정에 판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규정을 명문화했다.
4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은 법원 사무분담과 관련 사무분담위원회를 둘 수 있다는 내용의 법원 내부 규칙을 제정해 전날부터 시행하고 있다. 법관 사무분담은 판사들을 영장전담·형사부·민사부·행정부 등 각 분야 재판에 배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사무분담은 법원재판사무 처리 규칙에 따라 사실상 대법원장의 권한이었지만 이번 내부 규칙 제정은 일선 판사들의 입장도 반영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편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법관 사무분담의 투명화, 민주화를 위해 관련 사항의 자문기구로서 사무분담위원회를 설치·운영할 수 있는 조문을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법원 안팎에서는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 영장전담이나 형사합의부 재판장 등을 보임하는 과정에 법원장이 선호하는 판사를 보임하면서 법관의 정치화·관료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사모펀드 비리 관련 조 전 장관의 동생을 비롯한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한 명재권 부장판사의 결정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있었다. 뚜렷하게 정치 성향을 보이지 않는 재판부라도 조 전 장관 일가 사건이나 김경수 경남지사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연루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같은 세간의 시선이 집중되는 사건이 배당돼 심리가 진행될 때마다 “재판장이 누구냐” “판사가 보수냐 진보냐”와 같은 성향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최근 2~3년 사이 서울중앙지법을 비롯한 재경지법 등 일부 법원에서는 내규 제정 등을 통해 사무분담에 법관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회의 등을 여는 사례가 늘기 시작했고, 대법원은 대법관 회의를 거쳐 사무분담위원회와 관련한 명확한 근거를 신설하게 됐다. 대법원은 “사법행정을 통한 재판 업무 관여 가능성을 차단하고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제도화·공식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사무분담위원회의 설치와 구성, 운영 등 구체적인 사항은 각급 법원의 내규로 정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