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콘서트를 70세에 이르러서도 함께 열고 싶습니다.” 무대에서 한 배우가 이렇게 말하자, 나머지 세 배우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객석에서는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함께 박수를 친 것은, 그 소망에 공감하기 때문이었다. ‘2020 판타스틱 뮤지컬 콘서트’(사진)에서였다.
이 콘서트는 뮤지컬계에서 브로맨스로 유명한 배우 4명이 함께 꾸민 것이다. 이지훈(41), 손준호(37), 민우혁(37), 전동석(32). 이들은 지난 1, 2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3차례 콘서트를 펼쳤다. 글로벌콘텐츠 제작사인 신스웨이브가 나서 해외에서는 3년 전부터 공연을 진행해왔다. 국내에서는 첫 무대였다. 그만큼 기대가 커서였는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도 1300여 석의 객석이 꽉 찼다. 관객들 상당수가 혹시나 하는 우려 탓에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노래와 토크에 크게 반응하며 콘서트를 한껏 즐겼다.
2일 오후 세 번째 공연에서 맏형 이지훈은 “전날 무대에서 고음 문제가 있었으나 정신 줄 붙잡고 노래하겠다”며 유머를 섞어 다짐했다. 진행을 맡은 손준호는 막내 전동석에게 골반 돌리기를 시키며 초반 분위기를 띄웠다. 전동석은 형들을 깍듯이 모시는 듯하면서도 자신이 손준호, 민우혁보다 뮤지컬 데뷔는 빠르다는 점을 은근히 내세웠다. 손준호, 민우혁은 그를 “선배님”이라고 부르며 맞장구를 쳐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얼굴이 잘생기고, 피지컬도 좋은데 노래까지 잘 부르니 도대체 빠지는 게 뭐냐?” 이지훈이 동생들을 칭찬하기 위해 한 말은 그에게도 해당된다. 이렇게 ‘많이 갖춘’ 그들이지만 뮤지컬 무대에서 배우로서 걷는 길은 고독할 수밖에 없다. 10대 후반에 대중 가수로 유명해진 후 줄곧 그 압박감에 시달리며 24년을 버텨온 이지훈, 성악을 전공한 후 바른길을 걷는지에 대한 회의감과 싸우며 오늘을 이뤄낸 손준호, 고교 야구 선수로 마운드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뮤지컬 가수로 길을 바꾼 민우혁, 성악을 공부한 목소리로 뮤지컬계에서 일찍 인정을 받았으나 제 속도의 걸음을 유지하려 애써 온 전동석. 이들은 각기 제 길을 걸으면서 뮤지컬 배우 동지로서 형제애를 나눠 왔고, 거기서 얻은 온기와 익살을 이번 콘서트를 통해 팬들에게 유감없이 전했다.
콘서트인 만큼 노래의 품질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이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대성당들의 시대(노트르담 드 파리)’ ‘The phantom of opera(오페라의 유령)’ 등은 남성 4중창의 힘을 오롯이 전했다. ‘메모리(캣츠)’ ‘Belle(노트르담 드 파리)’은 각자의 개성적 음색을 들려주면서 동시에 화음의 아름다움을 과시했다.
2부의 ‘출발(김동률)’ ‘We will rock you(퀸)’ ‘여러분(윤복희)’은 장르를 넘어서는 이들의 가창 실력을 새삼 깨닫게 했다. 앙코르곡 ‘미지의 세계(조용필)’ 가사 내용은 이번 콘서트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 ‘긴 여행의 시작’.
콘서트를 본 후, 국내에서 이제 출발한 이들의 브로맨스 콘서트가 오랫동안 이어지길 바라게 됐다. 그러기 위해선 이들 각자가 자신의 길을 지금처럼 최선을 다해 걸으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켜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