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응급관리체계 정비해야”
習, 대응실패 부분 시인 불구
지방 관료들에게만 책임 돌려
‘리더십 위기 봉합’비판 일어
1분기 성장률 2%P↓전망 등
‘샤오캉 사회’ 달성 무산 위기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가 일일 3000여 명, 누적 2만 명을 넘어서는 등 우한 폐렴 확산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발병 초기 정보통제와 방역 실패 등에 대해 중국 안팎에서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전염병은 중국의 통치시스템에 대한 중대한 시험이다.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해 위기 상황 정면돌파를 주문하고 나섰다. 시 주석은 동시에 우한 폐렴 사태에 따른 리더십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강력 대처 입장과 함께 관료주의와 형식주의를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다. 경직된 사회주의 관료시스템과 중앙집권주의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안팎의 비판에 대해 관료 개인의 능력과 책임 문제로 봉합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3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주재해 우한 폐렴 관련 예방 및 통제 대책을 논의했다. 춘제(春節·중국의 설) 당일인 지난 1월 25일 정치국 상무위원 회의를 연 지 9일 만에 다시 중국 최고 지도부가 우한 폐렴 대책 논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월 말 확진자 수가 1만 명을 돌파한 지 3일 만에 이날 또다시 2만 명을 돌파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적 사망자 수도 400명을 넘어섰다.
시 주석은 이날 회의에서 “이번 전염병 상황은 중국 통치 시스템과 능력에 대한 큰 시험”이라며 “이로부터 반드시 경험을 총괄하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우한 폐렴을 조기에 잡지 못하면 공산당 중심의 중국 사회주의 시스템 자체가 위기에 부딪힐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사태 초기 상황을 축소·은폐하고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현상이 나타났다”며 위기를 경고한 의사들에 대해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처벌하기도 했다. 이러한 초기 대응 실패는 춘제 연휴 전 우한(武漢) 시민 500만 명이 빠져나간 뒤에야 뒤늦게 실효성 없는 도시 봉쇄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시 주석이 관료들에게 완전한 순응을 요구하면서 지방정부가 자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중앙정부 지시가 내려오기만을 기다리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며 중국의 관료주의 시스템을 비판했다. 시 주석도 이날 “방역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단점과 부족함에 초점을 맞춰 국가응급관리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해 초동 대처 실패를 부분적으로 시인했다. 하지만 그는 “방역 과정에서 드러난 관료주의와 형식주의를 결연히 반대한다”며 “통일된 지휘를 따르지 않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자들을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시진핑 ‘1인 체제’ 구축 과정에서 강화된 중앙집권주의로 인해 상부 명령만 기다리는 시스템의 위기로 보지 않고 지방 간부들의 업무 해태를 늑장 대응 원인으로 내세운 셈이다. 시 주석은 또 “여론 지도와 잘 조직화한 선전 및 교육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정부가 여전히 정보와 언론, 온라인 여론 등에 대한 통제 필요성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시 주석은 이날 회의에서 “경제를 계속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일 중국 증시는 춘제 연휴를 마치고 거래가 재개된 뒤 우한 폐렴 확산 우려로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모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올해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2%포인트 이상 하락하고 올해 전체 성장률도 당초 6%에서 5% 이하로 급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로 간신히 위기를 벗어난 중국 경제가 우한 폐렴 사태를 만나면서 시 주석이 목표로 한 올해 샤오캉(小康·모두가 편하고 풍족함)사회 달성과 2010년 대비 국내총생산(GDP) 2배 달성도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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