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계획 보수적으로 짰지만
전년수준 유지도 힘들 가능성”
배터리업체들 부품 확보 나서
반도체시장 반등시기 ‘불확실’
SK하이닉스 수급계획 재검토
중국에 생산 기지를 둔 국내 주요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속속 세우고 있다. 사태가 잦아들지 않아 공장 가동이나 원·부자재 수급에 장기적으로 타격을 입을 경우 1분기를 비롯한 연간 경영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시 정부 지침에 따라 지난 1일부터 중국 난징(南京) 전기차 배터리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비상 계획을 마련 중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우한 폐렴 사태의 장기화와 단기화 등 여러 변수를 놓고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고 밝혔다. 난징공장의 배터리 원·부자재 재고를 긴급 점검하면서 대체 공급처도 물색 중이다.
배터리업체들은 통상 재고를 한 달 치 정도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일부 배터리 소재를 조달하는 SK이노베이션은 사태 장기화 여부를 예의주시하면서 수급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삼성SDI는 비상 계획을 가동해 ‘우한 폐렴 태스크포스(TF)’를 꾸린 후 소재와 부품 확보 방안을 마련 중이다.
중국이 최대 매출처인 반도체 업계도 비상 계획을 짜고 있다. 회복 조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반도체 시장 반등 시기가 불확실해지면서 수급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우시(無錫)와 충칭(重慶)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인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1일 4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사태가 장기화되면 실제 조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컨틴전시플랜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반도체는 공정 특성상 가동을 잠시라도 멈추면 기존에 투입된 소재를 모두 버려야 해 손실이 막대하다. 시안(西安)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 라인을 둔 삼성전자도 시나리오별 대책을 세우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율을 20~30%로 예상했는데 사태가 장기화되면 수급 계획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전 업체 중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춘제(春節) 연휴로 멈춘 중국 공장을 10일부터 재가동할 예정이다. 가전 업체들은 중국 공장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 신제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2주가량 가동 중단했다는 건 이미 2주간 공급 차질이 생겼다는 얘기”라며 “최악의 경우에는 중국 생산물량을 다른 거점으로 옮기는 비상계획을 발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우한 폐렴 사태가 올 상반기까지 이어지면 연간 경영 계획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 투자 등을 전년 대비 5~10% 높여 잡거나 전년 수준을 유지하는 편인데 생산과 판매가 동시에 타격을 입을 경우 지난해 실적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권도경·이은지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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