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저를 믿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어깨가 무겁습니다.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강수진(53·사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3일 이렇게 다짐했다. 그는 이날 정부로부터 임기 3년의 예술감독에 재임명됐다. 2014년 처음 임명된 후 세 번째 임기를 맡게 됐다. 국립발레단 역사상 처음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강 감독의 연임을 발표하며 “발레의 대중화, 국립발레단의 재정 안정화, 한국 발레의 국제화에 기여했으며 단원 선발에서는 학연·지연을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인터파크의 최다관객상 2년 연속 수상, 최근 3년간 95%에 가까웠던 티켓 판매율도 강 감독의 성과로 꼽았다.
알려진 것처럼, 강 감독은 한국을 대표하는 발레리나로 세계 무대에서 빼어난 활약을 했다. 1999년 세계적 권위가 있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으며 2007년 독일의 궁중무용가로 선정됐다. 그는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직을 제안받고 2014년 귀국한 이유에 대해 “한국에서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항상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고국에 헌신하기 위해 귀국하겠다는 결심을 하자, 역시 무용수 출신인 터키인 국적의 남편(툰츠 셔크만)은 기꺼이 서울에 가겠다며 그를 격려했다. 강 감독은 2016년 은퇴공연을 한 후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종신무용수직을 내려놓고 발레단 일에 전념해왔다. 그가 현역 시절에 연습 벌레였다는 것은 유명하다. 지난 2001년 우연히 공개됐던 상처투성이 발 사진은 그 증거로 회자돼 왔다. 그러나 그는 단원들에게 그런 노력만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발레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섬세하게 이끌어주고 소탈하게 소통하는 모습으로 후배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아왔다는 게 주변의 평가이다. 강 감독은 “앞으로도 학연·지연에 얽매이지 않고 실력 중심으로 발레단을 이끌겠다”고 했다.
그는 발레단의 무용수를 안무가로 육성하는 ‘KNB 무브먼트 시리즈’를 운영해왔다. 이 모험적 프로젝트는 강효형, 송정빈 등 탁월한 신예 안무가를 배출하며 창작 발레 산실로서의 역할도 해냈다. 강 감독은 “국립발레단을 대표할 수 있는 창작발레가 자리 잡도록 임기 동안 열심을 다해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