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마스크 품귀 사태가 엉뚱하게 정부와 노동계 간 주 52시간제 소송전으로 번질 태세다. 정부가 52시간제 예외를 확대하면서, 때마침 주문이 폭주한 마스크 회사에 ‘특별연장근로’를 처음 허용했고, 이에 대해 양대 노총(勞總)은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품귀 사태를 빚는 마스크를 더 만들기 위해 정부 허가를 받아 근로시간을 연장해야 하는 현실이나, 거대 노총의 반발이나, 모두 무차별적 52시간제라는 반(反)시장적 규제 정책이 만든 블랙코미디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관계자들은 3일 긴급 회동해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31일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확대한 데 대해 행정소송 등 공동 투쟁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는 원래 ‘자연재해나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때’로 모법(母法)에 규정돼 있는데, 고용부가 시행규칙으로 이를 어겼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고용부가 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인명 보호를 위해 긴급 조치가 필요한 때, 업무량 폭증 등 네 가지로 확대해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을 공포한 데 대해 취소 소송이나 집행정지 청구 등을 제기하겠다는 것이다. 우한 폐렴이 세계적 재앙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마스크 생산조차 정부 허락을 받아야 늘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현행 주 52시간제의 부당성을 새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탄력근로제 입법이 늦어지자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특별연장근로 확대라는 땜질 대책을 마련한 것인데, 이마저 초과근무시간이 주당 12시간을 넘기면 안 된다니 일선 생산 현장에선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이처럼 다양한 차원에서 문제가 이리저리 꼬인 것은 획일적인 주 52시간제 자체가 ‘잘못 끼운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차제에 정부는 유연 근무 확대로 근본 방향을 바꿔야 한다. 최소한 연장근로 허용 여부를 당국이 일일이 결정할 게 아니라, 노사가 합의하면 제한 없이 허용해야 한다. 두 노총 역시 어깃장을 놓지 말고 신축적인 근로제에 전향적으로 임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살고, 좋은 일자리도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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