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가 글로벌 경제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2003년 사스 때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사스 확산 당시는 중국 경제가 고도로 성장하던 시기여서 사스가 중국 내수에 미치는 충격을 늘어나는 투자가 상쇄하면서 조기에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 정부가 부채 축소에 초점을 둔 디레버리징 (deleveraging)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미·중간 무역 갈등으로 세계 교역 여건이 악화해 투자로 소비를 회복시킬 여력이 없다. 또한, 중국 경제가 글로벌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3년 4.3%에서 최근 16.3%로 약 4배로 증가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최근 업그레이드된 중국의 교통망도 우한 폐렴이 사스 때보다 빠르게 확산되는 데 한몫했다. 2000년대 초반 고속철 사업에 뛰어든 중국은 베이징(北京)∼톈진(天津)을 잇는 고속철도를 개통한 뒤 전국적으로 확대해 왔다. 지난 10여 년간 중국이 건설한 자국 내 고속철도망은 총연장이 2만5000㎞나 된다. 이번 사태는 중국인들이 명절 대이동을 시작하는 춘제 직전에 발생했다. 게다가 우한 폐렴이 처음 발병한 우한(武漢)은 중국의 중심부에 위치한 교통 요지다. 2003년 사스 확진 환자가 1000명을 넘어서는 데 4개월이 걸린 반면 우한 폐렴은 25일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건 우한 폐렴이 사스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다.
뉴욕타임스는 우한 폐렴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 엔진 중 하나가 꺼졌다’고 보도했다. 노무라연구소는 지난해 4분기 6%였던 중국 경제성장률이 올 1분기에는 4% 이하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은 세계 제조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의 공장이면서 글로벌 관광업계의 가장 큰손이다. 중국이 공장 가동을 멈추고 해외여행의 발길을 끊으면 글로벌 파급 효과가 막대할 수밖에 없다.
중국발 우한 폐렴 쇼크로 우리나라 내수는 이미 패닉 상태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수출과 관광업도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전체 수출의 4분의 1이 중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국내로 유입되는 해외 관광객의 3분의 1이 중국인이다. 사스로 한국 경제성장률은 0.25%포인트나 하락했는데, 사스보다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이는 우한 폐렴이 장기화할 경우 경기침체와 저성장으로 어려운 우리 경제의 근간이 붕괴될 수도 있다.
정부는 관련 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제공해 우한 폐렴에 대한 공포가 과도하게 소비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하되, 경제정책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비상체제로 운용해야 한다. 우한 폐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해 영세사업자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은 물론 대중국 수출업체를 위한 금융대책 등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금융·외환 시장의 변동성도 커진 만큼 시장 안정 조치도 함께 시행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가 폭등하는 마스크 가격과 재고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마스크 생산업체에 주 52시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노동계는 고용정책을 후퇴시킨다고 반발하면서 법적 대응을 시사하는 등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사스 때보다 더 큰 피해가 예상되는 우한 폐렴 위기를 극복하는 데 보수와 진보, 노(勞)와 사(使)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정부·기업·노조 모두 대립하기보다는 위기 극복을 위해 비상한 자세로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한 폐렴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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