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서 12작품 선봬
대학시절 모델활동 이력 눈길
중국 한대의 양부(揚孚)가 지었다는 이물지(異物志)에는 해태에 대해 “동북 변방에 사는 짐승으로서 성품이 충직해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면 그중에서 품행이 옳지 못한 사람을 뿔로 공격한다”고 적혀 있다.
해태는 상상의 동물이지만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선악을 분별할 수 있다고 전해지며 조선시대 대사헌의 관복에 이용되는 등 사헌부의 상징으로 쓰였고, 재앙을 물리치고 복을 가져오는 신수(神獸)로서도 사랑을 받았다.
‘모델’ 출신으로도 유명한 최진호 작가는 화강암으로 ‘해태’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조각가다. 그동안 만든 해태만 200여 개에 이른다. 2009년에는 서울시 상징인 해태 조각을 서울시 청사에 세워 화단으로부터 주목을 받았고, 2014년에는 외교부 공모에서 당선돼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에 해태상을 설치했다.
최 작가의 해태상들을 만날 수 있는 상설전이 서울 인사동의 퓨전한식 레스토랑 ‘스페이스 오’(대표 전재식)에서 열리고 있다. 해태 조각 6점과 역시 화강암으로 만든 물확, 인물조각 등 12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스페이스 오’는 문을 연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지만 일대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명소가 되고 있다. 나인트리프리미어호텔 12층에 위치한 루프톱에 자리 잡고 있으며 정식 명칭은 ‘우리문화공간-스페이스 오’. 통유리벽의 실내 공간과 야외 테라스가 어우러져 퓨전 음식에 우리 전통주나 와인을 마시며 조계사 경내는 물론 그 너머 서울 도심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전시장을 찾은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서울을 상징하는 신성한 동물 조각을 통해 전통문화의 거리 인사동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서울의 정체성을 잘 알려주고 있다”며 “작품성은 물론 장식성도 뛰어나 설치 장소와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화강암 조각과의 인연을 이렇게 설명했다. “대학 시절 화순 운주사 답사길에 ‘천불천탑’을 보며 단순하면서 소박하지만 인간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화강암 조형물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최 작가는 처음에는 인물 초상 조각에 전념했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화강암을 깎아 해태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최 작가의 해태는 ‘천불천탑’의 영향 때문인지 보는 사람을 위압하는 맹수가 아니라 어디인지 민화 속의 동물들처럼 수더분하고 정겨운 형상에 가깝다.
스페이스 오에서 만난 최 작가는 “삶의 한가운데서 지난해 어머니와의 이별과 슬픔을 겪었고, 그래서 ‘비움과 채움’이라는 주제로 조형적 이야기를 차분하게 만들어 봤다”고 설명했다.
한편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는 대학 시절 모델이었다. 심은하, 고현정 등 유명 배우들과 삼성전자, 대우전자, 프로스펙스, 맥스웰 캔커피 등 다수의 브랜드 모델로 활발한 활동을 벌였었다. 그리고 얼마전까지만해도 동덕여대에서 모델미학을 강의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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