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로 인해 온 지구촌이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든 양상이다. 중국 정부의 초기 대응 부실과 진상 축소·은폐, 언론 통제 등에서 초래된 것으로 드러나는 인재이자 대재앙이다. 우리 정부도 우한(武漢) 지역 교민 귀국 수송 및 격리 수용, 정부 대책회의체 가동, 중국 방문객 검역과 감염 의심·확진자 관리 강화 등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도 발생 초기 정확한 정보 제공 미흡, 중구난방 방역 대책, 컨트롤 타워 부재 등은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비상사태 선포에 이어 각국은 중국 방문객 입국 불허, 국경 폐쇄, 항공기 운항 감축·중단 등 자국민 보호에 전력을 쏟고 있다. 피해 최소화와 국민의 생활 안정을 위한 대응책을 제시해 본다.
우선, 법제상 국가위기 대응기구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초기에, 법규에 없는 임시 대응 기구가 서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자처하다 혼선을 초래한 측면이 크다. 예컨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나,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즉각 가동하지 않고 대통령 주재 ‘우한 폐렴 대책 종합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컨트롤타워 역할 혼선은 보건복지부와 외교부의 환자 이송 문제, 서울시 교육감과 총리·교육부 장관의 개학 연기 등 정부 대책의 사전 조율 부재로 엇박자가 나왔다. 이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나 구미 불산 유출 사고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둘째, 정보를 실시간(realtime)으로 일관성 있게 전파해야 한다. 통상, 괴담이나 유언비어 유포 행위의 횡행은 구성원의 공포심 자극과 이를 확산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특히, 정보 부족 현상이 지속될 때 가짜 뉴스와 영합되면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감염 관련 정보를 사실대로 단일 소통 채널을 통해 일관되게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정부의 대응 조치를 신뢰하고 협조 요청에 적극 참여하게 된다.
셋째, 위기관리 매뉴얼 숙지와 응용 능력을 키워야 한다. 재난은 매뉴얼대로 발생하지 않는다. 예로, 중국을 방문했던 국민이 의료 당국에 검진을 요구했으나, 담당자는 매뉴얼에 없다는 이유(폐렴 증상이 없고, 방문 지역도 우한이 아니다)로 거부했다고 한다. 매뉴얼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해결의 단초를 제공할 뿐이다. 또, 재난 대응 능력은 철저한 훈련에서 배양된다. 하지만 지금의 재난 훈련은 그 기관의 핵심 과제 훈련은 하지 않고 다른 기관에서 잘한 종목 따라 하기에 급급하다. 메르스 사태 당시 질병관리본부 직원 297명 중 소관 매뉴얼을 모른다고 응답한 인원이 158명(53%)이었다. (문화일보 2015년 6월 4일자) 당시 상황이 현재진행형은 아닌가?
넷째, 정치지도자의 위기관리 리더십 발휘가 요구된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정치지도자의 역할은, 냉철한 상황 판단과 대응 방안 제시, 국가 자원의 적기(適期) 동원 및 투사(projection)로 위기를 조기에 해소하는 것이다. 통수권자는 초국가적 위기인 감염병 사태 해소를 위해 중국을 비롯한 각국 지도자들과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국내적으로 야당에 협조를 구하고, 정쟁 중단 제의 등 선제적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지금 정부·여당은 국민 안전보다 권력기관 개편과 총선 행보, 그리고 중국 눈치 보기를 우선시하는 듯하다.
재난은 개인 삶을 찢어 놓고 사회 공동체를 무너뜨린다.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면 여기저기서 현실에 뒤진 법·제도, 뒷북 대응, 지도자 리더십 부재, 위기관리 매뉴얼 미흡, 안전 불감증 등 문제점이 봇물 터지듯 쏟아질 것이다. 이제 ‘재난의 정치화’ 우려를 불식하고 그만둘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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