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의심 환자를 새로 완공된 훠선산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이동용 병상에 태우고 있다.  EPA 연합뉴스
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의심 환자를 새로 완공된 훠선산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이동용 병상에 태우고 있다. EPA 연합뉴스
자국민에 “떠난다면 지원”

中정부 초기대응 실패한데다
정보 은폐·의료시설 등 불신

美에 비해 미온적 대응 비판에
“국민 안전이 우선” 적극 나서


영국과 프랑스가 5일 중국 전역에서 자국민을 철수시키는 초강도 조치에 나선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 정보 은폐 의혹으로 불신이 누적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 질병의 발원지인 후베이(湖北)성은 병상과 의료물자가 부족해 외국인에 대한 적절한 보호 및 치료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교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바이러스 노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내 영국 국적자들에게 할 수 있다면 중국을 떠날 것을 당부한다”며 “후베이성을 떠나고 싶은 자국민을 위해 24시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지난주 두 차례에 걸쳐 후베이성 우한(武漢)에 전세기를 보내 자국민 94명을 철수시킨 데 이어 오는 9일 세 번째 전세기를 띄울 방침이다. 현재 중국에는 영국인 약 3만 명이 체류 중이다. 중국 주재 영국 외교관과 영사들도 지난주부터 철수하기 시작했다. 영국 외교부는 “중국에 남아 있는 국민을 보호하거나 더 이상 영국으로 데려갈 수 있다는 어떠한 보장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항공사들도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속속 중단하고 있다. 영국 브리티시에어웨이와 버진애틀랜틱항공사가 최근 중국 항공편을 중단했다.

그동안 우한 폐렴에 단호하게 대처해 온 미국에 비해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영국 정부는 중국 정부의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들끓으면서 외교적 갈등 부담에도 태도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BBC를 비롯한 영국 언론들은 우한 폐렴 사태 초기에 발병 우려를 경고하던 의료진을 거짓 정보 확산자로 낙인찍어 은폐하려 했던 정황을 면밀히 보도했다. 의료물자 부족으로 플라스틱 서류파일이나 속옷 등을 마스크 대신 착용하거나, 노인의 시신이 거리에 방치된 사진이 SNS 등을 통해 퍼지면서 영국 내 불안을 부추겼다. 라브 외교장관도 “영국 국민의 안전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자국민 철수 조치에 이어 미국처럼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AFP에 따르면 아녜스 뷔쟁 프랑스 보건부 장관은 “입국 제한이 유럽연합(EU) 장관들의 의제 가운데 하나”라며 “솅겐지역(솅겐조약이 적용되는 국가)에서 반드시 통일된 비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뷔쟁 장관은 “회원국 시민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가운데 1개 국가가 이런 종류의 결정을 내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한 폐렴 확산을 막을 추가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EU 순회 의장국을 맡은 크로아티아에 회원국 보건장관 회의를 수일 내에 소집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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