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당 2050원 200만장 판매한
중간상은 수십억 차익보기도
의료용 장갑·방호복도 사재기
중소형 병원 수급 차질 우려
단속 근거 없어 지켜보기만
“(마스크)300만 장 중에 100만 장 남았어요. 개당 2050원에 100만 장 단위로 팝니다. 200만 장 매매된 거 때문에 인천(공항) 가는 길인데, 지금도 계속 구매 문의 전화가 와서 운전하기 힘들 정도예요. 잔액 있는 통장 사본 확인되면 직접 만나서 거래하겠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사재기와 매점매석 등 후진국형 시장 교란 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5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우한 폐렴으로 인해 중국과 한국 등에서 마스크 품귀현상이 벌어지자 악덕 중간 판매상들의 사재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 보건용 마스크를 제조하는 국내 생산업체는 123개사로, 하루 평균 800만 장이 생산되고 있다. 현재 국내 총 재고량은 3110만 장 정도다.
200만 장을 팔았다고 밝힌 이 판매상은 이윤을 얼마 남겼는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밝힌 내용대로라면 이미 4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보건용 마스크 생산원가가 장당 300~400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수십억 원의 차익을 실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사재기와 매점매석은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전가된다. 소비자들은 정상 판매가의 몇십 배 오른 가격으로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악덕 중간 판매상들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마스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거대 중국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사재기한 중간 판매상들은 구매한 마스크 대부분을 중국으로 반출하고 있다. 한국산 화장품 구매 대행을 하고 있다고 밝힌 한 조선족 판매상은 “사재기를 한 업자들에게서 현금 19억 원을 내고 100만 장가량을 확보했다”며 “베이징(北京)과 다롄(大連) 쪽에서 구매요청이 있어 화장품 구매는 ‘올스톱’하고 (마스크) 물건을 구하고 있는데, 이미 한국 제조공장 쪽으로는 대량 사재기가 휩쓸고 간 상황이어서 몇 번 (사재기를) 시도했다가 포기했다”고 했다. 베트남에 마스크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현지 공장에서 하루 6만 장 정도를 찍어 내는데, 중국 판매상이 베트남까지 찾아와 이번 달 생산 물량 전부를 입도선매해 갔다”고 전했다.
수술용 마스크와 수술용·의료용 장갑, 일회용 니트릴 장갑, 일회용 방호복 등을 구한다는 이도 늘고 있어 사재기 현상이 다른 품목으로 확산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멸균 의료용 장갑 등 95만 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한 판매자는 “마스크처럼 가격을 크게 부풀리지는 않겠다. 의료용 장갑은 장당 150원, 니트릴 장갑은 83원에 팔겠다”고 흥정을 시도했다. 사재기 현상이 의료용품에까지 번질 경우 중소형 병원들의 의료용품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민간 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사재기한 보따리상들이 상자째 들고 나가도 단속 근거가 없어 공항 세관원들은 그냥 지켜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주·임대환·유현진 기자
관련기사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