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대응 관련 시찰로 서울 성동구보건소를 방문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대응 관련 시찰로 서울 성동구보건소를 방문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태국여행 확진자, 현지감염인지
국내 온 이후 감염됐는지 모호
당국 “역학조사 진행중” 반복뿐

병원 수차례 갔는데도 조치없어
여행력 공유안돼 선제대응 실패


중국은 물론 태국에 이어 싱가포르에서 입국한 내국인 여행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정부는 3국 감염에 대한 대응과 조치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우한 폐렴 확산에 ‘속수무책’ 상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방역당국은 감염장소가 어디인지 파악도 못 하고,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찾아도 일반 환자로 다루거나, 역학조사를 벌여도 선제적 대응지점을 놓치고 있어 방역망에 구멍이 뚫린 상태다.

5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태국과 싱가포르를 각각 여행하고 돌아와 양성 판정을 받은 16번과 17번 확진자에 대해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 경로 등을 조사하고 있지만, 감염장소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16번 확진자인 42세 여성의 경우 현재 태국 여행 도중 마주친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출신 중국 관광객으로부터 옮았을 가능성이 크게 논의되고 있지만, 국내 입국 과정에서 또는 입국 이후 지역사회에서 감염됐을 가능성도 아직은 배제할 수 없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여행지에서의 감염 가능성, 우한 주민과의 접촉 가능성 등을 열어 놓고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라고는 하지만 방역당국은 사실상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16번 확진자는 지난달 19일 귀국 후 오한과 발열로 수차례 광주지역의 21세기병원을 찾았지만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태국 여행 등 여행력을 의료기관에서 파악했다면 환자의 첫 방문 등 시점에서 충분히 우한 폐렴 가능성을 의심하고 당국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할 수 있었던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의학계에서는 기침과 발열, 오한 증세를 환자가 호소할 경우 중국은 물론 동남아 여행 이력을 파악하도록 보건당국이 지침을 의료기관에 내려야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전혀 이 같은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어떤 경로에서 환자의 구체적인 여행 정보에 대한 파악이 누락됐는지도 반드시 규명돼야 하는 부분이다.

현재 방역 당국의 대응은 확진자가 발생하면 경로를 추적하는 역학조사를 하고, 접촉자들에게 주의 조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 속도가 워낙 빨라 뒤를 따라다니다가는 항상 조치가 늦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과감한 선제대응으로 방역 방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고려대 의학과 예방의학교실의 최재욱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해외에서 계속 유입되는 추가 환자를 막기 위한 노력이 상당히 부족하다”면서 “해외에서의 유입을 막지 않는다면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마찬가지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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