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리적 현상을 포함해서 인간의 모든 정신생활을 기본적인 생명 현상으로 환원시키고자 하는 연구는 이 글이 처음이며 다른 곳에서는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심리학자이자 교육 철학자인 폴 디엘(1893∼1972)의 연구에 대해 세계 지성사의 큰 인물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 아인슈타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을 것이다. 인간 행동의 심리적 동기를 분석하면서 ‘자기 초월의 약동(躍動)’을 강조함으로써 교육의 희망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유아·청년기의 인간 행동을 발달 단계에 따라 내적 동기의 관점에서 살피는 글 다섯 편을 싣고 있다. 네 편은 폴 디엘의 것이고, 한 편(4장 ‘나쁜 아이’)은 그의 동료이자 아내인 잔 디엘이 쓴 글이다.
폴 디엘은 아동·청소년의 발달에 있어 세 가지 욕구가 중요하다고 본다. 사랑과 존중을 받고자 하는 욕구, 누군가 자신의 삶을 바르게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욕구. 이는 인간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자기 초월의 약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약동은 타고난 자질들을 꽃피우고자 하는 힘이며, 자기 운명의 정점에 이르고자 하는 바람 같은 것이다.
폴 디엘은 아이가 사랑을 지나치게 받거나 충분히 받지 못하면 그 정신 구조가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중시한다. 이 왜곡은 아이가 커갈수록 더 심해진다. 폴 디엘은 한국에서 이른바 ‘중2병’으로 불리는 청소년들의 불만 심리를 다각도로 분석하면서 교육의 이상을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교육은 아이와 청소년의 행동을 인습적 규범에 맞추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약동 의지를 담아내 조화로운 인격체를 키워내는 것이다.
잔 디엘이 쓴 글 ‘나쁜 아이’는 폴 디엘의 이상적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를 담고 있다. 여름 휴가를 보내기 위해 묵었던 호텔에서 만난 만 5세 여자아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일삼아 왕따가 된 이 아이의 내면엔 결핍이 있었다. 부모 관심을 호텔 손님들에게 빼앗긴 탓이었다. 잔 디엘은 그것을 갈파하고 소통을 시도했고, 아이의 행동은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 책은 마지막 장에서 “아이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돕고 싶다면 부모가 모범을 보이면 된다”고 강조한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부모 자신이 가치관을 정립하지 못했더라도 불안해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삶을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폴 디엘에 따르면, 인간은 깨끗한 영혼으로 자신의 삶이 아름답고 합리적이기를 바라는 내면의 수원(水源)을 갖고 있다. 그 수원을 들여다보는 내성(內省)으로 영혼의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다. 202쪽, 1만7000 원.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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