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은 시민의식의 표현이자 체제 저항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모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는가.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비폭력만이 유일한 해답인가. 페미니스트 철학자인 이 책의 저자는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선량하고도 완전무결한 약자의 서사가 소수자들을 의식적인 차원은 물론,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통치하는 지배 방법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정당방위와 자기방어 개념을 구분한다. 정당방위가 사법적·합법적 개념이자 사회적 다수자들에게 접근 가능한 지배의 기술이라면, 자기방어는 소수자들의 대항 역사와 밀접한 저항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자기방어 기술의 실례로 식민 지배 상황 속 노예들의 봉기, 홀로코스트가 일어나는 게토 내 유대인들의 무장봉기, 흑인 해방을 위한 블랙 팬서의 자기방어 운동, 성 소수자들의 자기방어 정찰대 등을 든다. 자기방어는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법과 존재하는 법을 제창해내는 것이자, 자신의 몸과 새롭게 관계 맺고 새로운 신체 도식을 스스로 설계해내는 기획행위라는 게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376쪽, 2만3000원.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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