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미 리프킨은 잿더미로부터 녹색 문화를 구축하는 일을 해내야 하는 시간이 우리에게 고작 몇 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러미 리프킨은 잿더미로부터 녹색 문화를 구축하는 일을 해내야 하는 시간이 우리에게 고작 몇 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게티이미지뱅크

- 글로벌 그린 뉴딜 / 제러미 리프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10년안에 ‘탄소 버블’ 터지고
녹색 경제로 대전환 일어날것”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 예측

ICT 기업들 그린 에너지 투자
내연 차량은 전기차로 대체돼
산업 전반 화석연료서 이탈중

청정자원으로 내수전기 생산
교통인프라 업그레이드 제안


지난해 3월 영국 금융 싱크탱크인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Carbon Tracker Initiative)는 ‘저렴한 석탄, 위험한 착각:한국 전력 시장의 재무적 위험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이 지금과 같은 석탄 화력 발전을 계속할 경우 좌초자산(stranded assets)이 1060억 달러(약 126조2990억 원)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좌초자산은 시장 환경의 변화로 자산 가치가 상각되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을 말한다.

‘글로벌 그린 뉴딜’의 저자인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화석연료 산업 및 관련 산업에서 발생할 수조 달러의 좌초자산이 오는 2028년쯤 되면 ‘탄소 버블’을 터트리며 화석연료 문명이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10년 이내에 화석연료 산업이 좌초의 길로 접어들 것이란 예측으로, 그의 말대로라면 우리에게도 발등에 불이나 다름없다.

화석연료를 태워 초래한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음은 더 언급할 필요가 없다. 최근 꺼지지 않는 호주 산불이 상징적이다. 2018년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 보고서는 지구의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도가 올라갔으며, 앞으로 0.5도가 더 올라가면 엄청난 기후변화로 지구 생태계는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훼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피하려면 지구온난화 가스 배출량을 2010년 수준에서 45% 줄여야 한다. 지구인들이 경제와 삶의 방식을 전례 없는 방식으로 개혁해야 가능한 수치다.

리프킨은 “한때 무적으로 보였던 화석연료 부문은 이제 우리 목전에서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며 “지금 미국과 전 세계에 필요한 것은 바로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이라고 강조한다. ‘그린 뉴딜’은 1930년대에 대공황의 대대적인 비상 대책이었던 ‘뉴딜 정책’에서 따온 것이다. 지난 25년 동안 유럽연합(EU)과 중국에서 그린 뉴딜형 전환을 직접 구현한 경험이 있는 리프킨은 6500만 년 전 대멸종 이후 처음 겪을 수도 있는 지구온난화의 대재난에 대해 드물게도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세계인들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같은 게 읽힌다. 그가 ‘2028년 화석연료 문명 붕괴설’을 주장하는 것도 이런 낙관적인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우선 2018년 여론조사에서 미국 국민의 73%가 ‘현재 지구온난화가 진행 중’이라고 우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3년 사이 무려 10%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이를 정치인들이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이 세계 산업에서 차지하는 규모와 영향을 생각할 때 미 국민 여론의 추이는 중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7년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한 것에서 보듯, 저탄소의 미래경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EU나 중국보다 뒤처져 있다.

또 하나는 미래 산업을 선도할 뿐 아니라 전체 중 가장 많은 에너지와 전기를 사용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의 거대 공룡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등에서 화석연료를 배제하고 ‘그린 에너지’ 투자 사업에 앞장서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은 이미 세계 곳곳에 산재한 자사의 데이터 센터를 재생에너지로 가동하고 있으며, 구글의 경우 재생에너지 인프라에 총 35억 달러를 투자하는 방식으로 20개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이미 세계 주요 도시에서 내연 차량이 전기 차량으로 대체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는 2025년까지 모든 차량 중 25%, 2035년까지는 80%를 전기 차량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여기에 자율주행 자동차까지 가세한다면 화석원료 사용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자동차 산업 자체가 변하지 않을 수 없다. 리프킨은 이처럼 글로벌 경제 주요 부문들이 빠르게 화석연료에서 이탈해, 갈수록 저렴해지는 태양력과 풍력 에너지로 갈아타는 흐름을 보고 “탄소 버블은 이제 역사상 가장 큰 경제 거품이 될 전망”이라고 장담하는 것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고 첩첩산중이다. 리프킨은 지구온난화에 가장 책임이 있는 4대 핵심 부문으로 ICT, 텔레콤, 전력 및 전기 유틸리티, 건축물 부문을 꼽는다. 그는 이들 산업 부문이 화석연료와 절연하고 저렴하고 새로운 그린 에너지를 채택하게 될 것이라며 화석연료 산업 안에서 100조 달러에 달하는 자산이 좌초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뉴딜 목표는 이렇다.

“향후 10년 내에 청정 재생 가능 자원으로 내수 전기의 100%를 생산한다. 국가의 에너지 그리드 및 건축물, 교통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한다. 에너지 효율을 증대한다. 녹색 기술의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그리고 새로운 녹색 경제에 걸맞은 직업훈련을 제공한다.” 328쪽. 1만8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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