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쳤다가 흩어지고 또다시 합치고 하는 것이 정치다. 특히, 선거 역사는 이합집산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연합에서는 1+1이 2로 잘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A 정당과 B 정당이 합친 새로운 정당 A+B의 득표는 합당 이전 A 정당의 득표 및 B 정당의 득표를 합친 만큼 되지 못한다. 합당 이후에 이탈하는 지지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1+1+1이 3이 되지 않음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래서 하나로 합치지 않고 각기 따로 존재하면서 협력하기도 하는 것이다.
지난 연말 국회에서 이른바 ‘4+1’이 통과시킨 새 공직선거법은 정당들에 합치지 않을 동기를 더욱 뚜렷하게 부여하고 있다. 구체적으론, ½+½이 1보다 더 클 가능성이다. 즉, 분당 후 C1의 득표와 C2의 득표 합이 분당 이전 정당 C의 득표보다 더 클 수 있는, 이른바 역(逆)선거연합의 등장 가능성이다. 지난해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처음 올랐을 때, 필자는 1인2표제의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지역구 의석 중심 정당과 비례대표 의석 중심 정당 간의 협력적 병립 가능성을 예시한 바 있다.
새 선거법은 본래 취지와 달리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 크게 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로 구분하는 비교 선거제도 문헌에서 비례대표제로 분류되기 어려울 정도다. 규범적 개선 대신에 정치 이익의 추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돼 버렸다. 주어진 지지도를 득표율로 환산하고 또 주어진 득표율을 의석비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합당, 선거연대, 분당 등의 선거 전략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진영에 대한 지지가 여전한 상황에서도 정당을 합치고, 쪼개고, 연대하는 등의 선거 전략에 따라 진영 간 의석비가 달라질 수 있게 된 것뿐이다.
총선이 70일 앞으로 다가온 지난 5일, 주요 정당 가운데 처음으로 자유한국당이 ‘미래한국당’이란 비례대표 의석 전문 정당을 공식 출범시켰다. 이에 ‘4+1’은 ‘위헌정당’ ‘꼼수정당’ ‘위장정당’ ‘불법 사조직’ 등의 맹비난을 하고 있다. ‘4+1’로서는 미래한국당을 해산할 법적 근거가 그렇게 확실하지 않고 또 설사 한국당처럼 노골적인 위성정당들을 만든다고 해도 한국당만큼의 효과를 얻기 어려운 실정이다. ‘4+1’뿐 아니라, 새 선거법에 반대한 새로운보수당(전 바른미래당 비당권파)도 한국당을 비판하긴 마찬가지다. 미래한국당이 새로운보수당의 비례대표 의석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미래한국당을 출범시킨 것은 야합(野合)이 아니라 야분(野分)이다. 미래한국당이 한국당의 위성정당 또는 2중대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이런 사실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고, 자유민주 세력의 정부·여당 심판에 힘을 보태 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하고 있다. 그러면서 ‘4+1’이야말로 겉모습은 개별 정당들이지만 실제로는 범여권이자 2, 3, 4, 5중대인 위선적인 정당 관계라고 주장한다. 한국당과 ‘4+1’ 양측 모두 국민이 심판해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국민팔이는 오는 4월 총선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위선 정당을 응징할 것인지, 아니면 위장 정당을 응징할 것인지는 결국 유권자가 결정할 사안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의견이 잘 통하지 않는다. 국민을 선악의 관점에서 선동하는 게 쉽다고 판단해서 그런지, 진영에 기댄 삼인성호(三人成虎)식 왜곡을 일상적으로 행하고 있다. 좋은 민주주의가 되려면 유권자가 더욱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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